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단독 문성관 판사는 MBC PD수첩의 '광우병'편 소송 판결문에서 "정지민씨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지민씨는 PD수첩 '광우병'편의 공동 번역 및 감수자이다.
정씨는 이에 대해 22일 "판사가 예시한 내용은 내 주장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인격적 흠집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예시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첫 번째 근거로 "정씨는 방송의 제작의도·제작과정·취재내용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씨는 "방송 제작과정을 다 알고 있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마치 실제 그렇게 한 것처럼 임의로 상황을 설정해, 그것이 큰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어서 황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주장과 달리 그가 번역한 인터뷰 테이프에는 아레사 빈슨씨가 위 절제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는 언급이 없다는 점도 신뢰할 수 없는 근거라고 했다.
정씨는 "내가 번역한 테이프에서 로빈 빈슨은 딸의 위 절제 수술 후유증에 대해 길게 설명한다"며 "미국 현지 언론도 아레사 빈슨의 죽음과 위 절제 수술의 연관성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빈슨씨가 위 절제술 후유증을 얘기했지만 명시적으로 '우리 딸이 위 절제술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는 언급이 없다는 식의 지적이라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영어감수 과정에 대한 검찰 진술에서 '노트북에 워드 프로그램으로 저장된 스크립트를 보면서 감수했다'고 했다가 법정에서는 '출력한 스크립트에 나와 있는 번역문을 보면서 영어감수를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했다.
정씨는 "영어감수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검찰에서는 보조작가와 함께 노트북과 자료화면을 놓고 작업하는 모습을 대략 설명했던 것이고 법원에서는 구체적으로 내 시력이 나빠 '출력물'을 봤다고 부연설명한 것인데 이것이 '진술의 번복'이라니 어이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정씨 주장과 달리 로빈 빈슨 인터뷰에는 '비타민 처방'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했다.
정씨는 "PD수첩 취재테이프에는 로빈 빈슨씨가 자신의 딸에 대해 병원이 포타슘(칼륨) 검사를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걸 보고 병원측이 위 수술 후유증의 하나로 영양소 결핍을 우려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레사 빈슨의 사망 후 사인을 추정하던 과정에서 당시 어머니가 언급한 포타슘을 비타민으로 착오한 것"이라며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위 절제술과 그로 인한 영양소 결핍이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그게 어떤 영양소였냐고 따지는 것은 말꼬리 잡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입력 2010.01.23. 03:05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