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앞에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의 불을 댕겼던 MBC PD수첩 제작진에 "방송 내용은 허위가 아니며, 명예훼손도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저녁에 긴급히 연락해 집결했다고 했다. 경찰과 대치하며 비난 구호를 외치던 이들은 달걀 한 판을 들고 왔다가 경찰에 압수당했다. 오전 8시 40분쯤 이용훈 대법원장을 태운 차량이 야유를 뒤로 하고 공관을 빠져나가자 이들은 압수당하지 않은 달걀 3개를 던졌고, 조수석 유리창과 지붕 등에 '명중'됐다.
이날 시위에 참가했던 권모(71)씨는 "뒤늦게 대법원장 승용차를 발견한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던진 것 같다"면서도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말투였다. "판사 두어명이 나라를 파괴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법원장도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사람인데, '죄송하다. 내 부하 잘못이다'고 사죄하지는 못할망정 '사법부 독립' 운운한다는게 말이 돼요?"
수난을 당한 사람은 이용훈 대법원장뿐만이 아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보수단체가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비난의 표적이 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의 신변 보호를 위해 법원은 20일부터 출·퇴근 차량을 지원하고 별도 경비인력을 배치했다. 이동연 판사는 22일부터 26일까지 예정에 없던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20일 PD수첩 무죄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호 조치가 취해졌다. 논란의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 대한 집중 성토에 나선 시위대들은 대부분 노인들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몸소 겪으며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진 어른들이다. 엄동설한 속에서 구호를 외치고 몸싸움을 벌인 것도 나라 걱정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수한 동기'가 '불법 행위'를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 법질서 파괴행위가 설득력과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건 PD수첩이 촉발시킨 촛불시위의 끝을 봐도 알 수 있다.
입력 2010.01.2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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