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안팎 "재판권 남용이 문제"

    입력 : 2010.01.19 03:01 | 수정 : 2010.01.19 17:24

    "일부 판사 3권분립 무시 '견제받지 않는 권력' 꿈꿔"
    "인사권 나눠갖자"며 법원 수뇌부 압박도

    '강기갑 의원 국회폭력 무죄' 등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을, 대법원이 "재판권 침해"라고 깎아내린 데 대한 법조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하창우 전 서울변회 회장은 "법관으로서 직업적 양심이 아닌 '주관적 양심'에 따라 만들어진 판결들과 그를 옹호하는 듯한 대법원의 태도는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재판권을 정확하게 본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지금 대법원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재판권 침해'가 아니라 '재판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비상식적인 튀는 판결을 양산해 온 일부 판사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재판권 독립이라는 핵(核)우산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이 '법관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며 재판의 독립을 규정하면서 법관의 신분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력 등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올바른 판결을 하라고 한 것이지, 판사 개인의 성향이나 개인적 주관에 따라 편향된 판결을 하라고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6월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신영철 대법관 사태로 야기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법원장들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이와 관련해 법조계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일부 판사들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법원을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특정성향의 판사들이 '인사권'을 나눠갖자며 법원 수뇌부를 압박하는 행태를 꼽았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동의해서 선출되는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법관인사권은 결국 '독립된 재판권'을 갖는 개별 판사들을 견제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것인데, 판사들이 인사권을 나눠갖겠다고 대드는 것은 이를 통째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검찰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신영철 사태 이후 법원장의 근무평정이나 재판사무 분담(재판부 지정) 등 인사권 자체가 유명무실화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심하게 말하면 헌법위반"이라고 말했다.

    '재판권 독립'을 위해서라도, 일부 판사들의 '일탈행동'을 제어할 견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법원 수뇌부 스스로 이들에게 끌려 다니거나 '제 식구 봐주기식'의 태도를 보여온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법원은 법관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규정인 법관윤리강령 등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된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고법부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작년 촛불사건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을 상대로 '심정적으로 동의한다'는 의사를 직접 표현한 판사가 있었고, '신영철 사태' 때는 신 대법관이 보낸 사적인 이메일을 외부에 공개한 판사도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된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엔 법조브로커로부터 재판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조관행 전 고법부장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법원은 '후속 인사에 반영'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해 비판을 사기도 했다.

    학계에선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법조경력자 가운데 법관을 뽑는 영국 또는 미국식 판사임용제도를 도입하거나, 10년간 판사보로 재직하고 재임용 심사를 거쳐 판사를 뽑는 일본식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는 "양형에 대한 객관적 기준 마련 등 사법절차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올바른 사법의 독립을 강화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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