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받은 국회폭력'… 민심(民心)은 부글부글, 대법원은 뒷짐

    입력 : 2010.01.18 03:07

    '공중부양 무죄'… 법조계 비판 잇따라
    사법행정권 등 무력화 상식 벗어나는 판결 등 판사들 돌출행동 제어 못해
    "대법원 지금 뭐하는가?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해결 나서야"

    민노당 강기갑 의원의 '공중 부양(浮揚)' 무죄 판결 등 국민의 법 감정이나 상식(常識)에 맞지 않는 판결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도대체 대법원은 뭘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튀는 판결'들이 계속되는 것은 판사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 차원을 넘어서 이런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데, 대법원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이번 사태를 보는 대법원의 현실 인식부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법원은 15일 공식입장을 내고 "재판에 잘못이 있으면 상소(上訴)해 바로잡을 수 있다"며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비판은 사법권 독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6년 신임법관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고, 그해 2월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200억, 300억씩 횡령한 사람들을 풀어주면 국민이 어떻게 수긍하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랬던 대법원이 이번에는 '재판독립 훼손'이라며 상식에 반하는 판결에 비판적인 여론을 도리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이에 대해 "국민과 동떨어진 재판권 독립 주장은 허상(虛像)일 뿐이고 결국 사법 불신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손을 놓으면서 경험이 부족한 판사에게 민감한 사건들이 전적으로 맡겨지고, (선후배 간) 소통도 사라진 법원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작년 1월 5일 국회의사당 안에서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쇠로 된 원통형 경계라인 봉 을 들고 국회의장실로 향하려다 제지당하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새벽 국회 경위들 이 민노당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이 불법이라며 강제해산시키려 한데 대한 항 의로 이 같은 폭력 행위를 저질렀다.

    이 같은 현상은 작년 초 불거진 '신영철 대법관 사태' 이후 더 심해졌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사법행정권이 무력화하면서, 일부 판사들의 돌출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것이다.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에는 중요 형사재판은 법원장 직권으로 재정(裁定)합의(단독판사 3명이 구성하는 합의부)에 맡겨 신중하게 판단하게 했을 것"이라며 "특정 성향의 판사들이 법원 수뇌부에 덤벼드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꿈도 꾸기 힘든 게 작금의 법원 현실"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제부터라도 대법원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회의를 소집하든지 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왜 아무것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40년 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일본에서 최고재판소(대법원격) 수뇌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중부양 무죄, 사실 관계 파악 제대로 했나"

    강 의원 무죄판결 재판부가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법 적용을 했느냐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 의원이 국회사무총장실 보조탁자를 부순 부분(공용물 손괴혐의)이 문제다.

    TV방송 녹화화면을 보면, 강 의원은 사무총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박계동 사무총장이 앉은 소파 옆 보조탁자를 손으로 들어서 엎은 뒤, 박 총장을 노려보다 원탁을 흔들고, 다시 원탁 위에 올라가 '공중부양'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강 의원이 다른 행위는 자세히 기억하면서도 보조탁자 부분은 인식(認識)이 없거나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당시 정황도 그 말을 뒷받침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무총장실에서의 행동은 맨 처음 보조탁자를 들어 엎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어떻게 다른 건 기억나고 그건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또 "박 사무총장이 (비서가 준) 신문스크랩을 본 행위는 '공무(公務)'이고, 소파에서 직접 신문을 본 것은 '휴식'이라고 봤는데, 이 또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사실 단순폭행이나 공용물 손괴죄는 성립할 수 있다고 본 듯한데, 검찰이 공무집행방해죄를 고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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