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南)에서 옥수수 챙기면서 "보복 성전(聖戰)하겠다"는 북한

      입력 : 2010.01.15 22:48 | 수정 : 2010.01.15 23:09

      북한은 15일 하루 상반되는 내용의 대남(對南) 메시지 2건을 내놨다. 북한은 이날 작년 10월 우리 정부가 제안했던 옥수수 1만t 지원을 받아들이겠다고 알려왔다. 전날인 14일에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은 남측에 옥수수 지원을 받겠다고 밝힌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한국 정부가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만들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시비 삼아 "청와대를 포함해 이 계획 작성을 주도하고 뒷받침한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날려보내기 위한 거족적 보복 성전이 개시될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한 앞으로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남한을) 철저히 제외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방위원회는 북한을 통치하는 최고의 권력 기관으로, 김정일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북한은 언제든 필요에 따라 대화와 협박을 번갈아 쓸 수 있는 체제라는 사실을 감안한다 해도, 24시간 사이에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듯한 대남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지난 3개월 가까이 우리 정부의 옥수수 1만t 지원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북한은 과거 남한으로부터 최소 10만t 이상의 대규모 식량 지원을 받는 데 익숙해진 탓에 이번 옥수수 1만t 지원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런 북한이 뒤늦게 옥수수 1만t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그만큼 북한 경제와 식량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북한이 남측에 지원을 요청하는 손을 내밀면서 테러리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거족적 보복 성전(聖戰)'이란 협박을 늘어놓았다.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오른손은 따로 내밀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가장 듣기 싫어하고 발끈하는 것이 '체제 급변 사태'다. 어떤 권력도 누군가가 자신들이 망하는 것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심기가 좋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협박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게다가 이 성명을 발표한 기관이 국방위원회인 만큼 북한 동태 파악에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북한이 먼저 제의한 금강산관광 관련 남북 접촉과 옥수수 지원 실무 접촉은 예정대로 진행해 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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