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의 독서 취향을 알아보는 데는 책과 관련된 블로그만한 게 없는 듯합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독자들의 반응을 체크할 수 있는 수단이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관심이 가는 책 제목만 검색해도 수십개 아니 수백개의 관련 블로그를 볼 수 있습니다. 새삼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 주에도 습관처럼 이런저런 블로그를 구경하고 다니다가 눈에 번쩍 띄는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동아시아 관련 책 중에서 48권을 골라 독서 순례도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블로그였습니다. 순례도는 '이산의 책'이라는 시리즈 1권인 강상중의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에서 출발해 16권 조너선 스펜스의 《강희제》, 37권 앤드루 고든의 《현대일본의 역사》를 거쳐 48권 조너선 스펜스의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에서 끝이 납니다. 블로그의 주인공이 지금쯤 몇 권째를 지나고 있을지 궁금하군요. 부디 완주하기를 바랍니다.
'이산'은 우공이산(愚公移山)에서 따온 말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부부 편집자의 결심이 그대로 읽힙니다. 1996년 출판을 시작할 무렵 잠깐 교류가 있은 뒤로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나오는 책들을 통해 건재함을 확인할 때마다 여간 기뻤던 게 아닙니다. 사실 덩치 큰 출판사들도 기획하기 힘든 묵직하고 의미 있는 동아시아 역사책들을 1년에 대여섯권씩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G20 회장국에 어울리는 국민은 이런 출판사와 그 가치를 알아주는 독자들이 많은 나라의 국민이 아닐까요. '선진(先進)'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입력 2010.01.0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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