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딛고 일어선 '불사조 한국' 자랑하세요"

    입력 : 2010.01.08 03:45 | 수정 : 2010.01.08 09:21

    영국 6·25 참전史 한국어판 펴낸 앤드루 새먼씨

    1950년 11월, 영국군 29보병여단 29여단이 부산에 도착했다. 바람은 찼지만 병사들은 혈기왕성했다. 유엔군은 평양을 지나 압록강을 향해 파죽지세로 북진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농반진반 "전선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쟁이 끝나면 허탈해서 어떡하지?" 했다. 기우였다. 평생 잊히지 않을 3년간의 악전고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국 켄트대와 런던대를 졸업하고 12년째 서울에 머물고 있는 앤드루 새먼(Salmon·44) 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이 6·25전쟁을 다룬 책 '마지막 한 발(To the Last Round·시대정신)'을 냈다. 지난해 펴낸 영문판의 한국판이자 취재와 조사에 꼬박 2년이 걸린 역작이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는 1951년 4월 22일부터 사흘간 계속된 임진강전투다. 1950년 12월 중공군이 참전하면서 유엔군은 압록강 지척에서 임진강까지 퇴각했다. 영국군 29여단은 유엔군의 후방을 맡아 임진강에서 중공군과 맞붙었다. 최대한 오래 적을 저지해 아군이 퇴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앤드루 새먼씨는“한때 군인이 되면 어떨까 진지하게 생각했을 만큼 전쟁사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며“흔히‘잊혀진 전쟁’이라는 6·25가 사실은 놀라울 정도로 극적인 전쟁이라는 점, 그런데도 제대로 된 책이 거의 없다는 점이 책을 쓴 동기”라고 했다./이진한 기자

    새먼은 "임진강전투는 영국군이 2차대전 이후 치른 가장 피비린내나는 전투"라며 "최근 6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병사보다 임진강전투 때 딱 사흘 동안 숨진 병사가 더 많다"고 했다.

    새먼은 대영제국 군사박물관을 비롯해 영국 곳곳의 전쟁박물관 서고를 꼼꼼히 뒤지고, 살아남은 노병들을 찾아 영국과 한국을 달렸다. 디테일이 풍부하고 술술 읽힌다. 영국군 병사들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와중에 전쟁고아들을 거둬 군복을 줄여 입히는 장면, 남쪽으로 퇴각했던 영국군이 임진강전투 현장에 다시 돌아와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 북한군 포로수용소에서 꼿꼿하게 학대를 견디는 장면 등이 가슴 찡하다.

    그는 "6·25는 유엔이 치른 첫 전쟁, 냉전시대에 벌어진 첫 혈전(the first hot war of the cold war), 미국과 중국이 직접 교전한 유일한 전쟁으로서 큰 의미가 있지만 지금껏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는 6·25 발발 60주년이다.

    "젊은 한국인들은 '어른들이 자꾸 6·25를 들먹이면서 구차한 이미지가 붙는 게 싫다'고들 하는데, 짧은 생각입니다. 6·25의 역사 없이 한국은 수많은 아시아 신흥강국 중 하나일 뿐이에요. 6·25를 기념하고, 부강한 현재와 대조해야만 비로소 한국이 얼마나 불사조 같은 나라인지 세계에 자랑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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