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2008년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넘은 우량 업체 17개사의 평균 영업이익이 2004년 219억원에서 2008년 170억원으로 22.4% 줄었다고 한다.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들이 매년 납품단가를 후려쳐온 결과다. 그나마 이 대형 부품업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산업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업체 3분의 1이 부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72%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도 안 된다. 정기예금 금리만도 못한 수준이다. 더욱이 부품업체 내에서도 계열사와 비(非)계열사 간 차별이 심하다. 현대차 계열 11개 부품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999년 7.7%에서 작년 상반기 9.3%로 오히려 높아졌다. 반면 계열사가 아닌 부품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6%에서 2.0%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대주주의 친족들이 주로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에 핵심 부품을 몰아주고 가격도 후하게 쳐주면서, 비계열사에 대해서는 인정사정없이 몰아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업종도 별로 다를 게 없다. 국내 대기업들은 노조 파업을 달래려고 임금을 올려주고선 곧바로 그 부담을 협력업체들에 떠넘긴다. 경기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져 영업이익이 줄면 가장 먼저 부품업체들을 쥐어짠다. 그러다 보니 국내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신규 시설 투자로 기업을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국내 대기업의 수출이 늘어나면 그 덕을 국내 부품업체가 아니라 외국 기업이 보게 되고,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부품산업은 만년(萬年) 유치산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연말에 본사 임원들이 선물을 들고 납품업체들을 찾아가 감사인사를 전하며 경영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제조원가를 낮출 때도 일방적으로 납품단가를 깎지 않고 제품 설계와 생산의 모든 과정에 협력업체들을 참여시켜 원가를 줄일 방안을 함께 찾아 협력업체들이 살 길을 열어주면서 한다. 도요타가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데는 이런 도요타 방식의 힘이 컸다. GM은 부품업체들에 경쟁을 붙여 납품가를 깎는 데만 급급하다 불량 부품으로 인한 잦은 고장으로 경쟁력을 잃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제는 납품단가를 후려쳐 이익을 내는 전(前)근대적 경영에서 벗어나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10.01.05. 22:19업데이트 2010.01.0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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