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전계획 적(敵)에 해킹당한 군(軍)이 국민 지킬 수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09.12.17 23:00 | 수정 2009.12.18 03:36

군 극비문서인 '작전계획 5027'의 일부가 중국의 인터넷주소(IP)를 사용하는 해커에 의해 유출됐다고 월간조선이 보도했다. 작계 5027은 북한군이 도발해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초기 억제 전력 배치와 북한군 전략목표 파괴에서부터 북진(北進)과 상륙작전, 점령지 군사통제 등의 전략까지 들어 있는 최고도 극비 군사 작전계획이다. 지난달 한미연합사령부 장교가 규정을 어기고 해킹 프로그램에 오염된 민간용 USB 메모리를 부대 PC에 꽂아놓고 사용하다가 PC에 담겨 있던 작계 5027의 일부 내용이 담긴 파일을 해킹당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 전문 해커부대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작계 5027을 입수했다면 우리 군이 어떻게 움직일지 손바닥 들여보듯 알게 됐다는 뜻이 된다. 도대체 세계 어느 군대가 적에게 작전계획을 보여주고 있겠으며, 그렇게 전쟁을 치러서 어떻게 국민의 목숨을 보존할 수 있겠는가. 작전계획이 적에게 유출됐으면 기존 작전계획을 버리고 새 작전계획을 짜야 한다. 어마어마한 국민 세금을 밑 빠진 독에 들이부어야 한다.

군 당국은 북한 해커부대가 지난 3월 육군 3군사령부를 해킹해 화학물질 정보를 빼내갔다는 월간조선의 10월 보도 이후 인터넷 보안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번 해킹을 발견했다고 한다. 군에선 올 3월에도 육군 모 사단, 5월엔 국방부와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군사정보 해킹 유출 사고가 있었다. 이번에 유출된 내용은 작계 5027 전체는 아니고 일부라고는 하지만 군의 한심스러운 보안 수준을 보면 언제 또 무슨 극비 군사정보를 북한에 갖다 바쳤는지 알 수가 없다.

군부대의 업무용 인터넷에 외부 메모리를 끼워넣어 쓰면 경고 메시지가 뜨게 돼 있다. 그런데도 경고를 무시하고 작업하다가 해킹당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를 만들 실력을 갖고 있다. 전문 해커부대도 양성해 전자전(電子戰)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지난 7월 국가기관과 민간 기업들 홈페이지를 사흘 넘게 마비시켰던 D-Dos(분산서비스거부) 사이버 공격에 동원된 인터넷 회선도 북한 체신청이었다.

지금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수도 없는 중화기(重火器)를 배치했고 수십만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서해에선 수시로 해상 교전도 일어난다. 북한 해킹 부대가 제 집 드나들 듯이 군부대 인터넷을 헤집고 다니고 있는 것이라면 휴전선과 군부대 철조망에서 백날 보초 서서 지키고 있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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