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농업강국 네덜란드, 저탄소 녹색강국 변신

입력 2009.12.08 03:55 | 수정 2009.12.08 16:37

암스테르담·헤이그 가보니… 쓰레기 소각해 전기 생산, 대중교통 '트램'에 공급
친환경 기술개발 파격 지원… 각국 기업 몰려 '녹색허브'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의 관광 중심지인 렘브란트 광장(Rembrandtplein). 지난달 26일 저녁 이곳의 버스정류장 조명은 유난히 밝았다.

정류장의 투명한 비가림막 아래엔 LED(발광다이오드) 전구에 태양광 전지(Solar cell)를 연결한 조명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전기료는 거의 들지 않으면서, 밝기는 2배 이상이다.

렘브란트 광장으로 이어진 유트레이츠(Utrechtse) 거리. 쓰레기를 꾹꾹 눌러 부피를 줄여주는 '압축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었다. 역시 태양광 전지를 이용한 제품이었다. 쓰레기 부피가 줄어들면 청소차가 오가는 횟수가 줄어 에너지가 절약된다. 마침 쓰레기 수거차가 다가왔는데, 매연이나 소음이 전혀 없었다. 알고 보니 전기 자동차였다.

길 건너편에는 커다란 광고탑이 있었다. 광고탑 지붕을 통해 빗물을 모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광고탑 안에는 정수(淨水)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환경 미화원이 물통을 실은 전기자동차를 몰고와 긴 호스를 이용해 광고탑에 저장된 물을 받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 렘브란트 광장의 버스정류장. 유리로 된 비가림막에 태양광전지를 설치하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LED(발광다이오 드) 조명(지도위 흰 부분)을 설치했다. 전기료는 거의 들지 않으면서 기존 조명보다 밝기는 2배이다.
이 물은 암스테르담 거리를 청소하는 데 쓴다. 그는 "거리 청소에 수돗물을 쓰지 않는 것만으로 연간 수백t의 CO₂(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수거된 모든 쓰레기는 금속과 플라스틱, 기타 쓰레기로 철저히 분류된다. 이 중 소각 가능한 것들은 시 외곽의 열병합 발전소의 연료로 재활용된다. 쓰레기를 태워서 만들어진 전기는 시의 주요 대중교통수단인 트램(tram·전차)의 에너지로 공급된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돌아다니는 전차에는 모두 '이 차량은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수도 헤이그(The Hague)도 '저탄소 그린 도시'로 변하고 있다. 새로 지은 정부 건물은 모두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친환경 빌딩이다. 환경·주거부 청사의 경우, 유리벽을 통해 태양열을 받아들이고 내부의 열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온실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존 건물보다 20~40%가량 에너지 사용량이 절감된다.

암스테르담 유트레히츠(Utrechtse) 거리의 환경미화원이 빗물을 모으는 광고탑에서 거리 청소에 쓸 물을 받고 있다. 물통을 실은 청소차는 전기자동차이다. 암스테르담은 모든 관용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교체하고 있다.
녹색 경제 최강국 꿈꾼다

원래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지금 세계 최고의 '저탄소 녹색 강국'을 꿈꾸고 있다.

이미 가장 공격적인 CO₂저감(低減) 정책으로 기술과 경험에서 다른 국가들을 제치고, 저탄소·녹색 경제 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2020년까지 1990년대비 30% 이상 감축'이라는 CO₂감축 목표를 갖고 있다.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야망'을 보여주는 시범 사례다. 암스테르담은 지난 3월 2025년까지 CO₂배출량을 1990년(440만t)의 절반 이하인 200만t 수준으로 줄여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저탄소 도시를 만들겠다는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Amsterdam, Smart city)'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미 시 정부는 시내의 가로등 조명을 친환경·고효율 조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행정업무용 차량과 경찰차, 청소차 등 시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모든 차량도 전기자동차로 교체하고 있다. 2012년까지 시내 200군데에 무료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해 민간의 전기자동차 도입도 장려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담당자인 사스키아 팔베르크(Paarlberg)씨는 "2015년까지 암스테르담 시내 통행량의 5%인 1만대를 전기자동차로, 2040년에는 100%인 20만대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상업 시설과 아파트에 첨단 에너지절약시스템을 공급하는 시험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벽에 달린 작은 화면을 통해 현재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불필요한 전원은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네덜란드 몬스테르스(Monsters)의 코페르트 크레스 온실에서 청색과 적색LED 조명을 이용해 작물에 인공 조명을 하는 모습. 기존 조 명보다 에너지 사용량은 절반 이하이고, 작물의 성장 속도는 2배나 빠르다.


자전거 천국 암스테르담 -1만대 수용 초대형 주차장…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의 초대형 자전거 주차장. 총 3층으로 이뤄진 이 주차장에는 최대 1만대의 자전거를 주차시킬 수 있다. 전체 인구가 75만명인 암스테르담에는 인구 1.5명당 한대꼴인 50만대가 넘는 자전거가 있다.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이 38%(시내 중심가는 57%)에 이른다. / 암스테르담=정철환 기자
저탄소 기술의 허브 국가

네덜란드가 이처럼 자신 있게 CO₂저감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는 까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친환경 에너지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 이 분야 세계 톱 100개 기업 중 5분의 1이 네덜란드 기업이고, 그 분야도 태양광전지, 풍력발전, 바이오디젤·가스, 수소에너지, 에너지 절감기술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다양한 민간 연구단체를 통해 저탄소·녹색 에너지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ECN(네덜란드 에너지 연구센터)에는 네덜란드 기업들은 물론, 미국의 GE와 독일의 지멘스(Siemens) 등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이 참여해 공동 연구를 펼치고 있다.

GE 관계자는 "네덜란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신·재생 에너지 연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신·재생에너지 기술 기업들이 몰려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며 "연구결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가 앞으로 저탄소·녹색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재원은 우리 돈으로 2조원이 넘는다. ECN의 풍력에너지 매니저인 테오 데랑게(de Lange)씨는 "네덜란드 정부와 EU가 ECN 재정의 3분의 2를 대고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 대학의 효율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친환경 기술력과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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