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구속)으로부터 수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이르면 다음주 중에 소환조사할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수만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한 2007년 무렵 실제로 곽 전 사장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는지 확인되면 한 전 총리를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계좌추적 작업은 다음주 초쯤 끝날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전문가인 곽 전 사장은 2007년 4월 특별히 업무 연관성이 없는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임명됐고, 검찰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는 돈이 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 이외에도 지난 정권 당시 실세였던 J, K씨 등에게도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박연차 게이트'에 이어 정치권이 또 한 번 '검찰 충격파'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은 지난 9월 법정관리 중이던 대한통운 경영진의 비리혐의 수사로 시작됐다. 검찰은 2001년부터 5년간 회삿돈 22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당시 대한통운 부산지사장이던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을 구속했다. 이어 지난달 곽 전 사장을 추가로 구속했다.
비자금 사용처 수사는 곽 전 사장 구속 이후 본격화됐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2005년 6월 법원에 의해 대한통운 법정관리인에서 해임된 뒤 2007년 4월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임명된 과정에서 J고 동문들을 통해 정치권에 로비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시점도 이 시기와 겹친다. 곽 전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돈을 잘 써야 출세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1999년 5월 대한통운 사장에 취임한 곽 전 사장이 2000년 11월 법정관리 개시 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되고 5년간 그 자리를 유지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기존 경영진은 경영 책임을 물어 법정관리인에서 배제하는 것이 관례였던 만큼 이 과정에서도 로비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사 초반 검찰 주변에선 곽 전 사장이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추궁에 "내가 다 안고 가겠다"며 함구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나, 곽 전 사장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진실이 저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양심에 거리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과 당 밖의 친노그룹도 "검찰의 정치 보복성 기획수사" "정치공작"이라며 반발했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민주당 상임고문이다.
검찰도 이를 의식한 듯 "법과 원칙에 따라 묵묵히 수사할 따름"이란 입장을 밝혔다.
입력 2009.12.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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