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세종시 과거 약속, 부끄럽고 죄송하다"

조선일보
입력 2009.11.27 23:12 | 수정 2009.11.27 23:17

이명박 대통령이 어젯밤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이던 2007년 11월 28일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세종시) 건설청을 방문해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 건설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지금까지 세종시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인 2008년 3월 20일 충청남도 업무보고를 받으며 다시 한 번 "행복도시의 지속적인 추진"을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대통령 측근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얼마 전부터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가면 비효율이 일어나고 세종시가 자족(自足) 도시도 안 될 것을 알면서 대통령으로서 양심상 세종시를 그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이 딜레마와 고민은 국민의 절반 안팎도 공유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은 정부 부처를 이전하기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을 되돌려야 하는 것이고, 그동안 이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이 수없이 공약해온 원안 추진 약속을 뒤집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대통령이 되면 행정도시 건설과 국제과학도시 건설을 함께 추진하겠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도시가 안 될 거라고 하는데 저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저항과 반발이 없을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난제를 푸는 출발은 당연히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자신이 했던 약속을 뒤집게 된 데 사과하고 그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것이어야 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았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입장 표명이 나오자마자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 대표측도 원안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권이 국민에 했던 약속과 그 약속의 이행이 국가적 비효율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다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한쪽의 국가적 문제에 완전히 눈을 감고 일방적 주장만을 해서는 책임 있는 정파라고 할 수 없다.

세종시 문제가 몇 달을 끌어오는 동안 찬·반 양측이 마주 앉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제대로 된 대화 한 토막도 없이 서로 삿대질한 것이 전부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누가 이기고 지든 상처와 후유증만 안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먼저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세종시 대책 등 정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고위원단에는 박 전 대표측 인사도 있고, 충청권에서 계란을 맞으며 여론을 수렴한 특위 위원장도 있다. 이 대화가 야권으로도 이어져 대통령의 이번 입장 표명이 합리적 대화와 토론의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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