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퍼즐에 미친 이 남자, 스도쿠를 낳고 키우고…

조선일보
  • 김성민 기자
    입력 2009.11.28 03:15 | 수정 2009.11.28 13:22

    프로그래머 손호성씨
    "17년전 유학 안가는 대신3000만원짜리 컴퓨터 샀죠"

    "답 없는 세상과는 달리 스도쿠는 답이 있잖아요." 손호성(孫晧誠·39)이 한 말이다. 스도쿠는 81칸 정사각형의 가로, 세로에 1~9를 겹치지 않게 한 번씩만 써 채우는 퍼즐이다. 국내에서 나온 대부분의 스도쿠 책을 그가 썼다.

    "유학 안 가는 대신 3000만원짜리 컴퓨터를 사주세요." 1992년 1월 군에서 갓 제대한 손씨가 아버지께 폭탄선언을 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컴퓨터 '넥스트'를 사주면 그것으로 만화를 그리며 밥벌이하겠다고 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손호성씨는 자신이 만든 스도쿠 책이 찢겨 쓰레기통에 버려지길 원한다.“ 어디에서든 쉽 게 찢어서 풀고 즐길 수 있는 퍼즐 문화, 멋있지 않아요?”그가 씨익 웃었다.
    어릴 적부터 그는 그림과 컴퓨터에 재능이 있었다. "혼자 프로그래밍 책을 사서 공부했어요. 어머니가 식당 일 나간 동안 컴퓨터만 붙잡고 있었죠." 그는 중학생 때 전국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3위를 했다.

    손씨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아버지가 사준 컴퓨터로 만화를 그려 컴퓨터 관련 잡지에 연재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손씨의 만화가 인기를 끌자 '챔프' '점프'같은 만화잡지에서 일을 부탁했다.

    "연필과 펜으로만 만화를 그리던 시절에 색을 입힌 제 만화가 인기를 끌었어요. 만화 잡지와 단행본 표지 색을 입히는 일거리가 들어왔죠. 허영만씨의 '무당거미'라는 만화책 표지도 제가 색을 입혔습니다."

    표지 만화가로 자리를 잡아가던 1993년 그에게 '운명'이 다가왔다. 일본 만화잡지에서 눈의 초점을 흐리면 입체그림이 튀어나오는 '매직아이'를 발견한 것이다. 한번 반하면 끝장을 보는 그는 3달 동안 매직아이를 연구했다.

    "이게 뭔지 궁금해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죠. 끈질긴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매직아이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비결은 일정 간격으로 조금씩 이미지를 밀어내 착시를 유발하는 것이었어요."

    그는 매직아이로 '대박'을 터트렸다. 수많은 출판사에서 매직아이 책을 출간했다. 판촉물, 책받침, 부채 등에 있는 매직아이도 그의 작품이다.

    '퍼즐 프로그래머'였지만 그때까지 손씨에게 퍼즐 제작은 부업이었다. 그는 1996년 최초로 온라인 만화 웹진을 만들었고 1997년에는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만들어 회원 3만명이 가입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IT업체를 운영했으며 컴퓨터 그래픽 관련 서적 10여권도 냈다. "그때까지는 퍼즐에 빠진 게 아니었어요. 일본 잡지에서 신기한 퍼즐을 보면 원리를 연구하고 심심풀이로 퍼즐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수준이었죠."

    2005년 손씨는 "영국에서 스도쿠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봤다. "어랏, 이거 나도 만들 수 있는 퍼즐인데." 그는 매직아이를 개발하면서 미로찾기와 스도쿠 등 다양한 퍼즐 제작 프로그램도 개발했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스도쿠 퍼즐 책을 냈다.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교도소에서도 많은 편지가 왔다. "스도쿠를 풀다 시름을 잊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보며 '퍼즐도 위안거리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2007년 아예 출판사 '아르고나인'을 차렸다.

    '매직아이'가 쇠락했던 과정을 지켜보면서 퍼즐보다는 퍼즐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낸 퍼즐 책은 스도쿠, 미로찾기, 퍼즐 모음집 등 35권이다.

    그는 퍼즐을 어떻게 만들까? 그는 "먼저 손으로 퍼즐을 직접 만들어 원리를 파악한다"고 했다. 며칠에 걸쳐 퍼즐 원리를 몸에 익힌 후에야 답을 맞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마지막에야 문제를 내는 프로그램을 짠다.

    손씨는 "퍼즐들은 원리가 비슷하다"며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대부분 쉽게 퍼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사람들의 퍼즐 풀이 방법이 계속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는 퍼즐 예찬론자다. "저희 스도쿠 카페 모임을 하면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모여요. 다 같이 즐기며 함께하는 문화를 퍼즐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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