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25일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를 열고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육아비용을 줄이고 청년들이 조기에 사회진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사교육비를 줄이고 아동들의 신체발달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만 6세)보다 초등학교 입학시기를 1년 앞당기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초등학교를 1년 일찍 시작하고 대학 졸업 때까지 교육과정을 연쇄적으로 앞당겨 사회 진출 시기도 1년 앞당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가급적 (현 정권) 임기 내에 정책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며 "일정 기간, 예컨대 4~5년 동안 초등학교 입학생 수를 단계적으로 늘려 뽑으면 4~5년 안에 모든 아동의 취학연령을 5세로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취학연령을 낮추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매번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한 사안인데다 50년 이상 지속된 교육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라 교육계 저항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꼭 해낼 것"이라고 곽위원장은 말했다.

주무 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은 "지금부터 교과부가 주도해 태스크포스(TF)도 만들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미래기획위는 취학 연령을 낮추면 아이를 학교 보내기 전까지 드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전문가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드는 사교육비 규모가 개인당 수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대 백순근 교수는 "취학 전부터 사교육에 따른 교육격차가 심하게 나타나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영어 유치원'(유아전용 영어 학원)을 다니는 유아들이 늘어나, 소득에 따른 학력격차가 점차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기획위는 취학연령 인하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가 앞당겨져 국가의 인재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대학과 군 복무까지 마치면 30대가 가까워야 사회진출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20대 초·중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늦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곽 위원장은 또 "유아들 발육이 빨라져 입학을 앞당길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아교육 업계는 격렬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취학연령을 1살 낮추면 3~5세의 유아들 교육을 맡아온 전국 8300여개 유치원의 수요가 3분의 1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경영이 어려워진다.

전국 유치원과 유아교육학자 모임인 유아교육대표자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만 5세 유아들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갈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루어진 정책으로 교육현장에 혼선만 가중시킨다"고 반대했다. 이윤경 서원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조기 취학이 학생들의 학습 동기 유발에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입학 연령이 1년 당겨지면 초등학교 입학을 연기하는 '입학유예' 학생이 급증할 것이라고 교육계에서는 경고했다. '내 자식이 남보다 뒤떨어질 것'을 우려해 제때 입학시키지 않고 이듬해에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올해는 전체 취학대상 아동의 8.0%에 달했다. 만약 취학연령이 낮춰지면 그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고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말했다.

미래기획위는 초등학생 입학연령을 1년 앞당기려면 일정 기간(4~5년) 초등학생 입학생 수가 평소보다 20~25% 정도 늘어나는 '과도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2011년 입학생은 원래 대로라면 2004년 1월 1일~12월 31일생이 대상자이지만, 수정안에서는 2004년 1월 1일~2005년 3월 31일까지 '1년 3개월' 기간에 태어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받는 식이다.

이렇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초등학교 신입생 숫자가 조정되면서, 2015년부터는 모든 어린이들의 취학연령이 1년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평소보다 동료 학생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46만명인데, 입학생 수가 25% 늘어나면 한 해 입학생이 56만여명이 된다. 다른 학생들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 해당 학년 학부모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입학연령은 만 6세를 유지하는 나라가 가장 많다. 한국교총이 지난 2005년 기준 42개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미국·캐나다·네덜란드·노르웨이·독일·벨기에·프랑스·일본·홍콩 등 27개국이 만 6세 입학제였다. 스칸디나비아 3개국과 싱가포르 등 10개국은 만 7세이며, 만 5세인 국가는 영국을 포함해 영연방 6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