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몰래 알몸 연기.. 그래도 행복해요"(인터뷰)

입력 2009.11.25 14:05 | 수정 2010.03.09 14:58

배우 최재경(22)은 너무 쉽게 옷을 훌훌 벗어버렸다. 그는 온 몸을 드러낸 채 도발적인 연극 작품 '교수와 여제자'로 겨울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4일 오후 8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열린 한성아트홀은 입추의 여지 없이 40, 50대 관객들로 가득찼다. '30대 미만은 공연 관람을 금지 합니다'란 슬로건 아래 연장공연에 들어간 '교수와 여제자'의 상황은 관객들이 너무 밀려서 공연이 늦게 시작될 정도였다. 최근 공연계에 또 한번 일고 있는 누드 열풍으로 공연가가 얼마나 달아올랐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드 공연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성적인 상품들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은 왜 '교수와 여제자'에 열광하는 것일까. 많은 남성들은 극 중 여제자로 출연중인 '최재경'을 통해 고개 숙인 자신의 모습을 위로받고 있었다.

최재경은 극 중 성생활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 중년 교수와 사랑의 유희를 80분간 무대위에서 그려내고 있다. 교수와 함께 한 호텔방으로 들어간 최재경은 성을 위한 밀고 당기기를 통해 결국 팬티까지 벗어던지고 뜨거운 에너지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연극이 끝난 뒤 '교수와 여제자'의 주인공 최재경과 대학로 인근 포장마차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늘은 좀 어색했나"라며 스스로 관객의 반응을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알몸으로 낯선 사람들 앞에 섰는데 창피하지는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끄러울 것 없다. 연기는 연기일 뿐. 관객이 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저도 (사람들의 시선에) 많이 당황했죠. 그런데 한 달 간 무대에 오르며 느낀 것은 관중은 단순히 제 알몸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 집중한다는 것이었어요. 저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다채롭게 내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는 부분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죠."

최재경은 그동안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역을 맡은 것이 연기 경험의 전부다. 그에게 있어 이번 여제자 역할은 '누드'와 '깊이'가 뒷받침돼야 할 녹록치 않은 캐릭터였다. 그는 "연기를 위해 관련 비디오도 많이 분석했고, '논객'이란 연극을 직접 보면서 알몸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교감도 했다"며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달뜬 모습으로 첫 연극 무대 소감을 전하던 최재경. 그러나 기자와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 그의 입에선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알몸 연기'에 대한 고충이 흘러나왔다.

"사실 전 굉장히 고지식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요. 군인 출신인 아버지는 제가 연예계 일을 하는 것조차 못 마땅해 하셨죠. 그런데 제가 지금 노출 연극이라니…. 아직까지 아버지께는 말도 못 꺼냈어요, 용기가 나질 않더라고요, 어머니는 알고 계시지만, 혹시 아버지께 들킬까봐 항상 노심초사 하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마음 아파요."

그러나 그는 "이번 연극을 통해 내가 몰랐던 세상도 배워가고 있다. 사실 이 연극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아버지에 대한 잔상을 가장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다"며 "내가 맡은 역할은 그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게 도와주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 언젠가 이런 나의 모습을 식구들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누드 수위만을 보도의 초점으로 삼는 일부 언론과 선정적인 '훔쳐보기'만을 기대하는 일부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교수와 여제자'는 외설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최재경은 "요즘 게시판을 보면 응원의 글들도 많이 올라온다. 심지어 어떤 분은 연극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보람도 느낀다"며 "이젠 관객들이 얼마나 벗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왜 벗었는가를 이해하며 작품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난 더없이 뿌듯한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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