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벨상 아닌 천만독자 위해 쓴다"

입력 2009.11.24 23:26 | 수정 2009.11.25 03:17

6년 만에 신작 낸 '다빈치 코드' 작가 댄 브라운 인터뷰
문학적 정교함 부족?
어렵고 복잡한 스토리 간결하게 쓰기도 쉽지 않아
'로스트 심벌' 자료조사 2년…
과학관련 부분은 전부 팩트
철학 없는 단순추리물 안써

6년 만에 신간《로스트 심벌》을 펴낸 작가 댄 브라운은“내 최초의 책은 다섯 살 때 쓴, 불붙은 팬티를 입은 기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걸 어머니가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으로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신용관 기자 qq@chosun.com
"나는 노벨상 수상 작가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잘해야 수십만명의 독자를 상대하지만 나는 수백만, 수천만명의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DaVinci Code)》의 작가 댄 브라운(45)은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인물 로버트 랭던 박사처럼 면바지에 캐주얼 재킷을 걸친 채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자신감에 찬 어조로 인터뷰에 임했다. 지난 9월 중순 판매를 시작, 이미 300만 부가 팔린 신작 《로스트 심벌(Lost Symbol)》의 한국어판 발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는 그의 모교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도서관에서 진행됐다. 미국 뉴햄프셔주에 있는 이 사립 고교는 미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으로 고어 바이덜, 존 어빙, 피터 벤츨리 같은 유명 작가들을 배출했다.

―《다빈치 코드》 이후 6년 만의 작품이다. 비밀결사 종교조직인 프리메이슨을 다루고 있는데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나.

"복잡한 플롯을 가진 장편 하나를 쓰려면 충분한 학습이 있어야 했다. 자료 조사에만 2년이 걸렸다. 주인공 가운데 하나가 정통하고 있는 '지력(知力) 과학'(noetic science) 공부도 따로 해야 했다."

―소설이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경계선을 걷고 있다. 《다빈치 코드》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과 막달라 마리아를 연결시켜 격렬한 논란을 낳았고, 이번 《로스트 심벌》에서도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이 프리메이슨이었다고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는데.

"나는 원래 실제 세계(real world)를 좋아한다. 독자들이 내 작품을 읽고 유익한 정보를 얻기를 원한다. 나도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됐지만,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 가운데 홀 천장에는 조지 워싱턴이 세상을 창조하는 것으로 묘사해서 그를 신격화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 밖에도 피라미드나 워싱턴 소재 모뉴먼트들 등 이번 작품에 나오는 과학 관련 부분은 모두 팩트이다. 또 프랭클린 등의 인물이 프리메이슨이 아니었다는 증거도 없다."

―토머스 제퍼슨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녔던 원대한 계획과 숭고한 정신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들의 종교적 자유를 향한 용기와 아름다운 청사진을 독자들에게 환기시키고 싶었다. 몇몇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미국인인 것이 아주 자랑스럽다."

―당신은 역사·종교·예술적 비밀을 퍼즐 맞추기 식으로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을 스피디한 문장에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퍼즐을 원래 좋아하는가.

"이곳 수학교사였던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때도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퍼즐을 다 풀어야만 손에 넣을 수 있게 했다. 아, 나는 정말 퍼즐을 사랑한다."

―전형적인 선악(善惡) 대결 구도를 즐겨 사용하는데, 악의 세력이 죽은 뒤에도 소설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 나는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클라이맥스가 지난 뒤 주인공으로 하여금 여유를 갖고 지난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철학적이기 위해서다. 단순한 추리소설이어선 곤란하니까."

―마치 '랭던 3부작'처럼 동일 인물이 계속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로스트 심벌》을 쓰면서 톰 행크스를 염두에 두진 않았나.

"랭던(Langdon)이란 이름엔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모두 들어 있다. 톰 행크스는 세계적인 배우답게 랭던 교수 역할을 잘 소화해냈지만, 집필 때 그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소설 속의 로버트 랭던은 훨씬 복합적이다."

―작품들에 문학적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작가는 자기가 읽고 싶은 걸 쓴다. 내 소설이 쉽게 읽히는지 모르지만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나는 아주 열심히 일하는 작가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정오까지 쓴다. 지난해엔 크리스마스에도 그렇게 했다."

―《다빈치 코드》로 빅 히트를 친 후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자동차도 3년 전부터 타고 있는 렉서스 그대로다. 유명해지면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받기는 한다. 일부러 찾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전해주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모자를 쓰고, 댄 브라운이 아닌 척하기도 한다."

―한때는 대중음악가가 꿈이었다는데.

"오래전 일이다. 캘리포니아로 가서 싱어송라이터가 되려고 했었다. 음반도 3장 냈고, 지금의 아내를 만났으니 내겐 더없이 소중한 시기다. 사춘기 이후 내 꿈은 창조적(creative)인 삶을 사는 거였으니 성공한 셈이다."

―한국에도 당신의 독자들이 많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는가.

"대학 초년생인 1983년에 클래식 그룹 소속으로 공연차 4~5일 서울에 머문 적이 있다. 이곳 보스턴도 역사가 꽤 깊은 곳인데 서울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걸 알았다. 사람들은 차분한데 차도 많고 건물이나 도로가 복잡해서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불러주면 기꺼이 다시 가겠다."

댄 브라운은 갑자기 아리랑 가락을 읊조렸다. 아리랑은 가장 한국적 곡조의 노래이지만, 내용은 일종의 '저주(curse)'를 담은 이별가라고 일러줬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방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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