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해외 교민들의 국회 걱정

입력 2009.11.24 22:04 | 수정 2009.11.24 23:34

이항수 홍콩 특파원

김형오 국회의장 일행이 10박11일간의 아시아 3개국 공식 방문을 마치고 24일 오후 귀국했다. 베트남에선 농 득 마잉 공산당 서기장을 비롯, 국무총리, 국회의장, 조국전선위원장 등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났고 하노이의 베트남 국립대에서는 특별강연도 했다. 중국에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과 회담하고 톈진(天津)대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특히 후 주석이 올해 중국을 찾은 25개국 의회 대표 중 미국, 프랑스 의장을 포함해 김 의장까지 3명만 만난 사실을 보면 한국의 비중을 크게 생각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김 의장 일행은 홍콩에서도 도널드 창 행정수반과 재스퍼 창 입법회 의장을 만나고 한국국제학교(KIS)도 방문했다.

그 중간인 23일, 김 의장 일행은 홍콩 섬 서라벌에서 교포 및 지상사 대표 등 30여명과 점심을 함께 했다. 김 의장은 "베트남과 중국의 눈부신 발전과 잠재력, 홍콩의 독특하고 특수한 면모를 보고 때론 충격을 받기도 했고 배운 점도 아주 많다"고 했다. 공항에 영접 나온 홍콩 입법회의 간부가 자신도 잘 모르는 한국 연예인과 한국 노래, 한국 드라마를 얘기할 때에는 뿌듯했다고 했다. 특히 톈진대는 115년의 역사에서 단 두 차례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는데 자신이 외국인 중에서는 처음으로 그런 학위를 받았다면서 "이번 방문길에 곳곳에서 받은 융숭한 대접은 개인 김형오가 아닌 대한민국 국회의장에 대한 것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교민들은 대한민국 국회에 대한 쓴소리를 빠뜨리지 않았다. 강봉환 한인회장은 "국회가 더 성숙한 정치 문화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고, 김구환 민주평통 지회장은 "모든 법안들이 미리 충분한 토론을 거치되 일단 상정만 되면 일사천리로 처리되기 바란다"면서 '일사천리'라는 건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그 순간을 미소나 폭소로 넘겼지만, 누구나 머릿속에는 해머와 쇠톱, 소화기가 등장한 여의도의 난투극 장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 뜻을 잘 아는지 김 의장도 "국회와 정치권을 걱정하시는 교민들의 말씀에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일행인 민주당의 오제세, 자유선진당의 임영호 의원은 "앞으로는 사전 심의를 잘해서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국민들 걱정을 덜어 드리겠다"고 대답해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지난 9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대한민국 국회를 '세계 최악의 국회'로 꼽았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온몸을 사용하는 스포츠'라는 비아냥과 함께. 그런 국회에 대한 불만과 걱정은 해외에 사는 교민들도 비슷하다. 올 6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 대회 참석자 중 285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해외에서 모국을 지켜볼 때 가장 창피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17명(41%)이 '국회 난장판'이라고 답했다. 그다음이 과격 시위(66명)와 공권력 상실(30명)이었다.

김 의장은 헤어지면서 지난해 국토순례를 하면서 느낀 소감을 모은 서간문 형식의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라는 수필집을 한 권씩 나눠줬다. 이 책에서 그는 "지금은 국회 파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책을 쓰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국회에서 몸싸움, 점거 같은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국경 없는 경제 전쟁 시대에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한국인들에게 참담함을 안기는 국회에 대한 실망과 최악이라는 평가를 빨리 벗기 바라는 마음은 어느 나라에 살든 한국인이면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김 의장이 그런 교민들의 마음도 여야 의원 299명에게 꼭 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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