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현(玄)통일 비난한 북(北) 현정은 회장엔 남북회담 제의

조선일보
  • 안용현 기자
    입력 2009.11.23 02:43

    "민간과 게임해보자" 의도

    북한 노동신문은 21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실명(實名)을 거론하며 "핵 문제를 구실로 북남대화와 협력을 악랄하게 반대하고, 그 무슨 3대 조건이니 뭐니 하면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계속 차단봉을 내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같은 날 "현인택과 통일부 같은 대결 집단이 있는 한 북남관계 개선에 대해선 생각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반면 북한은 지난 18일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 우리 정부가 관광 재개의 선결(先決) 조건으로 내건 '피격 사건 현장조사'와 '관광객 신변보장'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현 회장에게 전달했다. "현(인택) 장관을 비난하면서 현(정은) 회장과 게임을 해보려는 의도로 읽힌다"(정부 당국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22일 "금강산관광 등과 관련해 우리 당국이 북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회담 제의를 받은 게 없다"며 "판문점 당국 간 채널이 아닌 민간기업(현대)을 통한 의사 전달을 공식 제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북한이 남북관계 주무부서인 통일부를 따돌리고 민간 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손을 내민 경우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면담을 통해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추석 이산가족 상봉 등을 합의했다. 당시 통일부는 "정부는 개인이 한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의미를 애써 축소했지만 실제로는 하나 둘씩 이행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 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에 조문단을 보낼 때도 통일부 대신 김대중평화센터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남한 일부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를 우회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전술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현인택 장관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위한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는데, 북한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란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회담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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