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 강의부터 물물교환·맛집까지…보물창고 '온라인 커뮤니티'

입력 2009.11.21 02:40 | 수정 2009.11.24 16:03

10여년 전까지 대학생들은 학생회관이나 도서관 벽에 큼지막한 대자보(大字報)를 붙여놓고 정권과 세태를 비판했다. 교내 곳곳의 게시판은 하숙방을 구하거나, 필요 없는 강의 교재를 싼값에 팔겠다는 쪽지로 빈자리가 없었다.

요즘 학생들의 소통 공간은 온라인 커뮤니티(community)다. 학교에서 관리하는 공식 홈페이지와는 달리 학생들이 자체 운영한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로그인해야 들어갈 수 있고, 타대생들은 드나들지 못한다. 정치적인 내용은 별로 없다. 강의와 취업, 생활 분야를 망라해 캠퍼스 주변의 갖가지 정보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수업에 대한 궁금증과 질문을 해결하는 코너, 시험 '족보'를 나누는 곳은 기본으로 갖췄다. 수강 신청한 과목을 서로 교환하는 마당도 있다. 기업체 입사 정보와 고시 관련 소식, 전문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에 대한 최신 정보가 속속 올라온다. 하숙집을 구하는 '복덕방', 필요 없는 강의 교재나 생활용품을 교환하는 '벼룩시장', 분실물 찾기 코너, 과외나 아르바이트 자리에 관한 게시글이 하루 수십개씩 올라온다.

숙명여대의 '스노로즈(SNOROSE)'에는 화장법에 대한 '메이크업 팁(tip)' 코너가 있다. 게시글에 대한 조회 수가 평균 1000건에 달한다. '족보 공유'란에는 최근까지 900여건의 글이 올랐다. 운영자 윤선미(22·물리학과 3년)씨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시험 족보'나 '강의 교수 추천' 같은 메뉴의 조회 수가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자취방이나 하숙방 정보는 전화번호와 월세 가격을 적어 벽이나 전봇대에 붙이던 쪽지에서, 오징어 다리처럼 전화번호를 하나씩 뜯어갈 수 있게 촘촘히 잘라놓은 방식으로 진화했다. 지금은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자세한 정보를 훤히 알 수 있게 됐다.

2000년 시작해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의 원조로 꼽히는 서울대의 '스누라이프(SNULife)'는 20일 현재 가입 회원이 8만8377명이다. 각종 생활 정보는 물론, 학교 행정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기고 등 하루 350여개의 글이 올라온다. 운영자 신철우(25·식품영양학과 3년)씨는 "학교 공식 홈페이지와는 달리 학생 스스로 운영하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불만부터 총학생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자신의 생각을 부담 없이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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