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후보에 김인규씨… 친정 떠난 지 3년 만에 화려한 복귀

조선일보
  • 염강수 기자
    입력 2009.11.20 03:03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이 최우선 과제
    수신료 인상 등 현안 산적 신뢰도·중립성 회복도 시급
    노조 "임명땐 총파업" 반발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KBS 공채 1기 출신인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과 공채 4기인 이병순 현 KBS 사장의 양강구도로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이번 KBS 사장 공모는 19일 밤 11시 10분쯤 마무리 됐다. 이사회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 투표를 한 결과 김인규 후보가 6표, 이병순 후보 1표, 기권 4표로 김 후보가 차기 사장 후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가 확정된 직후 전화 통화에서 김인규 차기 사장 후보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KBS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임명장을 받고 나서 차차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차기 사장 후보와 경합을 벌였던 이병순 현 사장은 이날 여의도 모처에서 이사회 투표 결과를 들었으며,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KBS 관계자는 전했다. "김인규 회장이 차기 사장이 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KBS노조는 다음주 월요일 구체적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KBS 이사를 끝으로 KBS를 떠난 지 3년 만에 KBS로 돌아온 김인규 차기 사장 후보자는 만만찮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공영방송으로서의 KBS 정체성 확립, 수신료 인상, KBS 내부갈등 해소 등 역대 사장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또 임기(2012년 11월) 동안에는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대격변이 진행된다. 방송 전문가들은 "역대 어느 KBS 사장도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과제들이 김인규 차기 사장 후보자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는 KBS의 존재 이유인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KBS 난제 푸는 열쇠는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

    KBS 문제의 핵심은 '정체성의 위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KBS는 정연주 전(前) KBS 사장 시절 빚어진 '탄핵방송' 등으로 신뢰도와 중립성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 프로그램의 질적인 면에서는 최근 KBS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180㎝ 미만 남성을 '루저(loser·패배자)'라고 비하한 발언이 나와 홍역을 치를 정도로 공익성이 추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수신료보다 광고에 더 의존하는 KBS의 재원구조도 BBC나 NHK 등 해외의 공영방송과는 거리가 멀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무엇보다 새 사장은 KBS를 '진짜' 공영방송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0년째 월 2500원으로 고정돼 있는 수신료를 현실화하고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한 방송의 디지털 전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면서 "KBS가 지금의 난제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이라고 말했다.

    KBS의 한 책임 프로듀서(CP)는 "보도 프로그램의 중립성과 공정성 못지않게 일반 프로그램의 '공영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KBS 직원 상당수는 길거리로 나가 '정치적 독립' 등의 구호를 외치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정치적 이슈와 상관없는 공영방송 고유의 품격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는 것. 그는 "상업방송과 다를 바 없는 방송을 만들면서 입으로는 늘 '정치적 독립'을 이야기하는 KBS 조직원의 행태에 대해 시청자들은 오만하고 방만하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새 사장은 시청자들이 KBS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내분사태 해소해야

    김인규 차기 KBS 사장 후보가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 중 하나는 KBS의 내분 해소. KBS는 사장 교체, 프로그램 개편, 인사발령 등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KBS의 각종 단체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며 대립하고 있다. 이번 사장 공모과정에서도 KBS노조는 이미 KBS 이사회에 대해 "김인규씨를 사장으로 뽑으면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신임 KBS 사장은 각 조직 간의 차이를 인정해 포용할 것은 포용하되 도가 넘는 요구나 행동에 대해서는 사규와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 끝도 없이 계속되는 'KBS 내분 사태'를 종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KBS의 한 고위 간부는 "KBS 내분사태가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면서 갈등양상이 이념이나 이해의 충돌을 넘어 최근에는 감정대립의 양상이 짙어졌다"면서 "KBS 공채 1기로 KBS 직원들의 대선배인 김인규 차기 사장 후보자의 역할이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송시장을 선도하는 KBS로

    한국의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은 독과점 체제하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뉴미디어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공영방송으로서 한국 방송계의 맏형 격인 KBS는 국내 방송시장이라는 좁은 틀 안에서 다른 지상파 방송들과 함께 기득권 유지에 나서기 보다는 글로벌 공영방송들과 경쟁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민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KBS가 방송 기술 연구,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등에서 방송업계를 선도하고 후발 방송사업자들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면 우리나라 방송시장 전체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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