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대북 교전(交戰) 이후의 상황 관리에도 능력 보여야

조선일보
입력 2009.11.10 23:14

10일 오전 서해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과 우리 고속정 간에 2분여간 교전(交戰)이 벌어졌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해군은 이날 오전 11시 27분쯤 NLL 남쪽 2.2㎞ 지점까지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발견하고 4차례의 경고통신을 보냈으나 북 경비정은 이를 무시한 채 계속 남하했다.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을 하겠다"는 마지막 5번째 경고통신을 보내고 경고사격을 하자, 북측은 곧바로 우리 고속정을 향해 50여발의 포탄 등을 발사했다. 우리측도 즉각 대응 사격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우리 고속정은 북측 포탄 15발가량을 맞았으나 사상자는 없었고, 북측 경비정은 연기에 휩싸여 반파(半破)된 상태에서 북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남과 북의 해군 함정이 서해에서 교전한 것은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다.

우리 해군의 이번 대응은 2004년에 개정된 해군 교전수칙상의 '경고통신→경고사격→격파사격'에 이르는 과정을 정확히 따른 것이다. 북한이 올해 초 "NLL을 무시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북한 경비정은 지금까지 무려 22번이나 NLL을 침범했지만 포탄을 발사하는 무력 도발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만일 북한 함정이 50여발의 포탄을 발사하는데도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더 큰 도발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우리 해군은 2002년 2차 연평해전에서 6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그 원인은 1999년 1차 연평해전 때 북측 피해가 크게 발생하자 당시 정권이 우리 해군에 교전에 앞서 '상부의 허가'를 반드시 받게 만들어 현장 지휘관이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없도록 우리 군의 손을 묶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커지자 2004년 교전수칙을 다시 바꿔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을 강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안보태세 강화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라"며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나 억지 주장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이번 사태가 더 큰 위기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절제된 모습으로 교전 이후 상황 관리에 유념해야 한다.

북한은 최근까지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할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북한이 그간 요구해 온 미·북 대화도 이달 말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대화와 도발'이라는 양면(兩面) 전술로 나온 데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함께 북한이 과거 1차 도발에 실패하면 반드시 또 다른 도발을 시도했던 전례에 비추어 북한의 추가적 도발에 대해서도 대비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북한이 NLL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같은 사태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는 남북 군사 당국 간 회담을 열어 이번 교전 사태의 원인을 따져보고, 재발 방지 문제를 협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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