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도시 울산'을 향해] 문학예술도 쉬는 기간이 있다니…

조선일보
  • 장창호·극작가
    입력 2009.11.10 03:32

    장창호·극작가

    거리에 만추(晩秋)의 낭만이 가득하다. 뜻이 맞는 친구와 공연장이라도 찾아보고 싶어진다. 혹시나 싶어 이달 공연 일정을 살펴보았는데, 연극 공연을 하는 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을 살폈지만 없다. 외부 극단의 울산공연은 그럴 수 있다 해도 울산 극단들의 공연도 단 한 건이 없다. 모두 출장 공연이라도 갔단 말인가.

    몇 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니, "요즈음이 문화 비수기"란다. "한해 두해 일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는 핀잔까지 돌아온다. '문화 비수기'라면 작가나 예술가가 작품을 쓰지 않고, 만들지 않는 철이 따로 있다는 말 아닌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울산의 연극계를 떠올려봤다. 한때 7년간 소극장을 운영한 처지니 당연했다. 민망하지만 그랬다. 극장이 있는 한두 단체를 빼고는 쉬지 않고 작업을 하는 극단이 없다. 극단 대표나 주요 단원들이 다른 직장을 가진 채 작품 활동을 하자니 한 해에 두어 번밖에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못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지역 문화예술 여건이 열악해 어쩔 수 없다'는 남의 탓이 돌아온다.

    그러면서도 '전국'이라는 이름이 붙은 경연대회는 빠짐없이 참가하려 기를 쓴다. 예선에서부터 울산시의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이리라. 삼십년 세월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는 관행이다. 지원금 없이는 스스로 작품을 만들 생각조차 않는 듯하다. 여전히 경연을 통해 상을 타고 이름을 알리는 데 몰두하고 있으니 젯밥에 대한 관심은 집요하다.

    이게 무슨 공연자의 태도인가. 무슨 특권으로 시민의 세금만으로 연극을 하고, 음악을 하고, 미술을 하는가? 다른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전국대회 때만 되면 슬그머니 시민의 세금에 손을 벌려 작품을 만들면서도 스스로 예술가라고 하니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물론 다른 직업을 갖고 문학이나 예술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 몰두하여 올곧게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얘기일 뿐이다. 작품 활동에 전념할 단원을 확보하고, 여건이 어렵더라도 참고 극복하며 몰두해서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원이 있든 없든 자기 분야를 끝없이 탐구하고 발표해야 그 사람이 작가이고 예술가다. 제 분야에서 쉬지 않고 정진을 거듭하는 작가와 예술가만이 세금을 지원받을 자격이 있다.

    지원에만 의존해 온 창작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창작자가 의존적일 때 그 작품에 어떤 색깔과 내용이 담기겠는가. 제 기준에, 자기 예술단의 일정에 맞게 작업해야 마땅하다. 문학예술인은 많이 늘었는데 작품이 가문 실정은 지원행사에 의존한 때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문화 비수기'라는 창작의 보릿고개를 넘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학예술인 스스로 성수기를 만들어내고 누리는 것이 정답이다. 지금까지 활동한 패턴을 분석하고 더 치열하게 작업하면 된다. 다른 곳에 한눈 판채 장식으로만 하기에는 문학예술의 속성이 너무 깊고도 넓다. 밥을 거르면 기운이 빠지듯 문학예술도 정진을 게을리 하면 맥이 처진 성긴 작품을 낳게 된다. 나날이 글을 쓰고 밥 먹듯이 작품을 만드는 이가 많아져야 독자와 관객이 늘고 울산의 문화가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래도 새롭고 현대적인 감각에 알맞은 작품을 내는 작가가 늘고 있어 다행이다. 작품을 꾸준히 만들면서 정진하면 새롭고 더 나은 작품이 당연히 나올 것이다. 문학예술인이 작업에 열중하면서 서로 당당한 모습으로 만날 때 울산의 문화 비수기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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