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위조 휴대전화 수출이 급증해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국내외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이른바 산자이(山寨·산적들의 소굴)로 불리는 중국 위조 휴대전화 생산량이 작년 1억100만대에서 올해 1억4500만대로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심각한 것은 과거 저소득층이나 농촌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던 산자이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서플라이는 "산자이 휴대전화 수출이 작년 6000만대에서 올해 1억1000만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자이 휴대전화 수출이 급증한 것은 우선 중국 정부가 단속에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 삼성전자측은 "과거와 달리 중국정부가 제조·판매 업자들을 구속 수사하는 등 산자이 제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산자이를 제조·판매하다 적발당해도 실제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제품 압수는 물론 구속 등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해외 휴대전화 제조업체 직원들이 중국 당국의 산자이 제품 단속에 동행하기도 한다. 올 9월 말 중국 광둥성 선전시 바오안구(寶安區) 스옌스롱자이(石巖石龍仔)공업구에서 LG전자 현지채용인 A씨는 선전시 공상행정관리국 직원 5명과 함께 산자이 생산공장을 급습했다.

공장 직원들이 문을 막고 방망이를 동원해 위협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지만 1시간 만에 현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A씨는 "250㎡ 창고형 건물에 생산라인이 2개 있었고 휴대전화를 조립하는 직원 30여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쪽 구석엔 올해 LG전자가 발표한 이른바 투명폰을 모조해 만든 휴대전화가 박스에 가득 담겨 있었다고 한다.

산자이 휴대전화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또 다른 이유는 치열한 내부 경쟁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중국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와 대만의 휴대전화업체 HTC가 중국 대륙을 겨냥한 초저가폰을 내놓고 산자이 업체들과 경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선전시 화창베이에 있는 한 짝퉁 휴대전화 전문매장의 모습. 4층짜리 이 건물의 모든 층에서 짝퉁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기존 휴대전화 시장 강자들도 초저가폰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노키아·삼성전자 등 세계 시장 1~2위를 다투는 업체들 제품도 199위안(약 3만4000원)짜리 물건을 판다. 중국서 사업하는 강성훈(40)씨는 "199위안 주고 산 삼성전자 제품을 쓰고 있다"며 "액정창이 좀 작지만 정품이며 성능도 좋다"고 말했다.

산자이 제품이 진화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진 것도 해외 경쟁업체에겐 골칫거리다. 육안으로는 산자이 제품과 미국 애플이 만든 아이폰 진품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삼성그룹의 중국 법인인 중국삼성의 박근희 사장이 "어떻게 저런 가격에 저런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가격이 싸고, 품질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해외진출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자이의 해외진출에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본격 대응을 시작했다. 요즘 LG전자 중국법인에선 매일 전 세계 이베이사이트를 둘러본다. LG전자는 이베이를 통해 이탈리아·호주·영국·홍콩·스페인·아일랜드·네덜란드·벨기에·독일에서 위조한 LG전자 제품이 팔리는 것을 발견해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또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구글을 통해 각국에서 산자이 제품을 파는 사이트를 찾아 법적 조처를 하고 있다. 각국 세관과 공조작업도 벌인다. LG전자측은 "매주 3건 정도 위조품 정보가 온다"며 "세무 당국과 공조해 미국·유럽은 물론 동남아 국가에서 휴대전화부터 충전기, 이어폰까지 다양한 위조제품을 압수·폐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자이

원래 도적들의 소굴을 뜻하는 '산자이(山寨)'는 중국에서 만든 모조품(模造品)을 의미한다. 휴대전화·TV·노트북 같은 IT제품부터 드라마·영화 같은 문화상품까지 다양하다. 외국인에게 산자이는 짝퉁, 모조품이지만 일부 중국인들은 중국 기업이 세계적 브랜드 업체와 대항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