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과외. 사교육 없이 엄마가 자녀를 직접 지도하는 것을 의미하며 지난 3~4년간 유행처럼 번진 말이다. 사교육비가 가구당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엄마표 과외를 시도했던 가정 또한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하지만 엄마표 과외를 꾸준히 실천하는 가정은 손에 꼽을 정도. 어떤 점이 힘들었던 것일까. 엄마표 과외를 실천 중인 엄마들을 만나 그간 힘들었던 점과 극복기를 들어봤다.
◆커리큘럼 짜는 데 진땀, 준비 과정 만만치 않아
초2 아들과 초1 딸을 둔 주부 이화숙(37·서울 미아동)씨의 하루는 늘 분주하다. 방과후 아이들이 집에 오면 잠들기 전까지 커리큘럼에 맞춰 지도해야 하기 때문.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영어 지도, 한자 자격증 준비, 교과목 복습 및 숙제 점검 등 강행군을 펼친다. 그는 지금껏 학원 한 번 보내지 않고 아이들의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엄마만 부지런하다면 학원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히 교육시킬 수 있다고 여겨 시작했어요. 아이들과의 유대감도 높아질 것 같았고요. 막상 해보니 결코 만만하지 않더군요. 아이들이 잠든 밤에는 다음 날 가르칠 내용을 준비 해야 하기에 밤 늦게 자기 일쑤죠. 친구를 만나거나 대외활동을 할 여유는 꿈도 못 꿔요."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바로 영어 지도. 아이들이 집에 오면 영어 테이프 듣기와 책 읽기, 인터넷 영어방송 보기 등을 차례로 시킨다. 그는 "처음에는 영어가 가장 걱정돼 영어 공부만 시켰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과목이 부족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던 것. 지금은 국어와 수학 등 주요 과목은 매일 일정시간 이상 꾸준히 공부시키는 방향으로 바꿨다. 한자와 예체능은 주로 방학을 활용해 도와준다.
이씨는 매일 공부 일지를 쓴다. 그날 어떤 공부를 시켰는지, 얼마만큼 공부했는지를 빼곡히 정리한다. 그는 "기록하다 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감(感)이 잡힌다.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쓴다"고 했다.
초2 딸을 직접 가르치고 있는 라애경(42·서울 고덕동)씨는 2년 전 아이 교육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학원 다니길 유난히 싫어하는 아이를 직접 가르쳐보자고 판단했기 때문.
"일과 교육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엄마표 과외를 할 경우 더욱 그렇죠.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죠. 하나뿐인 아이를 위해 수고로움을 감수하자고 생각하며 결국 큰 결심을 했어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고민이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수업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는 "많은 엄마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어쩔 수 없이 학원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궁금한 점이 있어도 주변에 공유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난감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라씨는 부족한 부분을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교과부 홈페이지나 기탄교육, 쑥쑥닷컴과 같이 엄마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알아두면 좋을 정보를 공부했다. 그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이 엄마가 정보를 많이 알아야 대응책을 세울 수 있다. 선배 엄마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판단 어려워
초2, 6살 남매를 둔 주부 윤익상(36·서울 신월동)씨는 아이들 독서지도를 하기 위해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딸 만큼 열성적이지만 때때로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학교 갔다 돌아와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짠해지기 때문.
"안쓰러워서 공부 진도는 내일부터 나가고 오늘은 놀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하지만 오늘 놀게 하면 공부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채근하죠. 또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면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잡아요. 늘 긴장하면서 '엄마는 선생님, 집은 또 다른 학교'라는 말을 되뇌곤 하죠."
윤씨는 주변에 학원을 다녀 성적이 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불안하다. 또한 귀를 현혹시키는 온갖 사교육 얘기를 들을 때면 흔들릴 때도 있다. 그는 "내 자식이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할 때면 아이를 다그쳐 진도를 많이 나가곤 했는데 오히려 아이가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역효과를 낳아 지금은 욕심을 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씨는 검증하기 힘들다는 것을 엄마표 과외의 단점으로 꼽았다. 그는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대로 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워 걱정할 때가 많지만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꾸준히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면 나중에는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믿기로 했다"고 했다.
이화숙씨 역시 매일 꾸준히 공부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방학이나 주말에는 아이들이 풀어지기 때문에 커리큘럼에 맞춰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어렵다. 그럴 때마다 잔소리가 많아진다"고 했다. 이씨는 잔소리 대신 칭찬스티커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중이다.
◆자기주도 학습으로 이어지게 해야
엄마표 과외를 하는 엄마들은 한결같이 시기를 걱정한다. 윤익상씨는 "저학년의 경우 엄마가 교과목을 점검하고 지도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고학년의 경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화숙씨 역시 "지금은 엄마표 과외로 사교육을 따라잡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앞으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엄마가 이끄는 데 익숙하다 보니 자녀가 의존적인 학습에 길들여지는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라애경씨는 "앞으로 자기주도 학습을 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강압적으로 시키기보다 어느 정도 공부할지 아이와 미리 약속을 정해 진행하려 노력 중이다. 또 직접 가르치기보다는 점검하는 형태로 우회하는 등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하게끔 도와줄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