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포털 패권론의 착각과 탐욕

입력 2009.11.06 22:19 | 수정 2009.11.12 10:26

이광회·디지털뉴스부장

국내 인터넷 포털(portal) 사업자들이 신줏단지 모시듯 받드는 IT 전문서가 '웹 진화론'이다. 저자 우메다 모치오(梅田望夫)는 "빌 게이츠는 세계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영웅, 구글(google)은 국가조직을 넘어 또 하나의 지구를 창출해 낸 인터넷 지상주의의 지도자"라며 인터넷 패권론을 역설한다. 읽다 보면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신을 한국의 빌 게이츠(MS), 자신의 회사를 한국판 구글에 대입해 보는 꿈을 꿀 것만도 같다.

새삼 '웹 패권론'을 거론하는 이유가 있다. 요즘 '국내 포털의 폐해가 통제수위를 넘었다'는 경계론이 곳곳에서 부쩍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다. 검색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네이버(NHN)의 '패권론'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더 크다.

포털이 '인터넷 정보 유통업자'라는 본역할을 넘어선 데 따른 후유증 때문인데, 인터넷 포털에 비치는 세상은 경고만큼이나 참 위험스럽다. 2009년 한국의 포털은 사생활을 까발리는 적색(赤色)지대, 선정·폭력성을 부추기는 황색(黃色)지대를 한없이 넓혀가고 있다. 10대 여중생들이 친구 한 명을 포위하고 때리는 등의 폭력 동영상, 고양이를 진돗개 우리에 넣어 잔인하게 죽이는 동물학대 동영상이 하루가 멀다고 포털을 통해 어린 10대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네이버에 들어가 보라. 조두순에 짓밟힌 어린 나영이의 나신(裸身)이 사건 발생 한 달여가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공개돼 있다.

그들의 힘자랑은 기업활동마저 위협한다. 요즘 중소기업 N사는 네이버에 맞서 힘겨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업체가 개발한 '개인화 광고시스템'. 네티즌 동의를 거쳐 네이버 해당 페이지의 광고를 바꿀 수 있는 새 기술인데 네이버가 '영업방해'를 이유로 법적으로 제지하고 나선 것. 다행히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최종 결과까지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더 한심한 것은 한 후원 기업인의 넋두리다. "보복을 당할까봐 숨어서 (N사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중소 IT기업인들이 저와 똑같은 심정일 겁니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 도박업체가 된 것도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 '한게임'은 올 상반기 고스톱·포커 등 인터넷 도박사이트로만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 200만 가입자의 호주머니를 턴 결과다.

요즘에는 언론사 기사까지 자체 검열하겠다고 나서 반발을 사고 있다. '옴부즈맨'이란 이름으로 기존 언론사 기사를 네이버에서 평가하고 조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매일매일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나 독자센터를 통해 평가와 질타를 받고, 또 적극 시정에 나서 온 기존 언론사들로서는 '선정 폭력 사이트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네이버가 무슨 자격으로 언론사 기사를 검열하는가' '인터넷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데 따른 오만'이라며 황당해하고 있다.

구글이 설립(1988년) 11년 만에 세계기업으로 부상한 이면에는 '악(惡)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기업모토를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구현하고, 네티즌들이 이를 이해한 결과였다.

국내 포털도 조(兆) 단위 매출과 수천억 이익을 등에 업은 세(勢) 과시에만 힘쓸 게 아니라 어둡고 나쁜 정보를 걸러내고, 밝고 유익한 정보를 유통시키려는 노력을 펼친다면 '포털 위험론'은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오죽했으면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전길남 전 com/school/schView.jsp?id=157" name=focus_link>KAIST 교수(전산학과)가 최근 "이젠 인터넷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갖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겠는가. 포털은 '네티즌은 영원히 포털에 의존할 것'이라는 착각, '이윤추구는 기업의 최고목표'라는 탐욕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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