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인기에 '박정희 향수' 솔솔

입력 2009.11.05 03:51

생전에 즐겼던 병·안주도 각광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에 자리 잡은 막걸리 박물관인 '배다리 박물관'. 막걸리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이곳의 2층 전시실 한쪽에는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탁자 앞에 앉아 있다. 탁자 위에는 막걸리와 북어·된장이 놓여 있다. 물론 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진짜가 아닌 실물 크기의 인형.

이 박물관을 지어 운영하는 '배다리주가(酒家)' 박관원(78) 대표는 "박 대통령은 1966년 한 식당에서 우리 막걸리를 맛보신 이후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 막걸리를 청와대로 가져다 드셨는데, 안주로는 꼭 경상도 식으로 된장 바른 북어만 찾았다"고 말했다. "왜 박정희 대통령상(像)을 가져다 놨느냐"는 질문에 "'막걸리 사랑' 하면 박 대통령 아니냐"고 말했다.

평소 막걸리를 즐겼던 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밀랍인형이 막걸리, 북어안주와 함께 경기도 고양시의‘배다리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장상진 기자

막걸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평소 막걸리를 즐겼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鄕愁)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최근 박정희 대통령 서거 30주년을 맞아 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것과 같은 막걸리 병과 안주 접시를 공개했고, 배다리주가는 막걸리 병에 '박정희 대통령이 14년간 마셨던 막걸리'라고 표기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에 쌀로 술 담그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폈다. 국순당 배중호 사장은 "박 대통령 집권기는 일본 강점기와 더불어 전통 술의 명맥이 끊어졌던 기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 시기를 겪은 막걸리업체 사장들은 대부분 그를 옹호했다.

서울탁주 이동수 회장은 "먹을 쌀도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조치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그 시절은 언제 어디서나 막걸리를 찾았던 박 대통령의 영향으로 국민들도 막걸리를 친근하게 여겼던 시기"라고 말했다.

배다리주가 박관원 대표는 한 술 더 떴다. "쌀 막걸리가 금지되고 나서는 주로 강냉이로 막걸리를 만들었어. 하지만 대통령 드실 것까지 그렇게 만들 수는 없어서 내가 몰래 쌀로 만들어서 보냈지. 아마 박 대통령이 알았으면 펄쩍 뛰었을걸? 허허허…." 부산에서 전통 방식의 누룩을 사용해 산성막걸리를 만드는 전남선씨는 "박정희 대통령은 은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김은구 주류담당바이어는 "1999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 북한에 갔을 때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마셨던 막걸리를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자, 각 회사들이 박 대통령이 자사의 막걸리를 마셨다고 주장해 이듬해 6월 10종의 막걸리가 동시에 북으로 건너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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