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남자가 되라' 김동현 기자의 우간다 리포트

입력 2009.11.01 17:56 | 수정 2009.11.01 18:40

김동현 기자 우간다 동부 토로로 지역의 시골 학교에 붙어 있는 포스터. '진정한 남자는 배우자에게 충실하다', '에이즈를 멈추자'는 문구가 적혀있다. / 조선일보

◆ 우간다에서 진짜 남자가 되려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130㎞ 떨어진 시골마을 교회에는 이런 포스터가 붙어있다.

“진정한 남자는 배우자에게 충실하다.(The real man is faithful to his partner) 진짜 남자가 되라.(BE A MAN)”

“에이즈로부터 등을 돌리지 마라.(Don‘t turn your back on AIDS) 에이즈를 멈추게 하자.(STOP AIDS)”

여타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간다의 최대 적군(敵軍)은 반정부군과 에이즈다. 현지 통계에 따르면, 우간다 사람 중 6.1%가 에이즈바이러스(HIV) 보균자다. 우간다 전체 인구(3200만명)를 감안하면, 무려 2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에이즈를 퍼뜨릴 수 있는 셈이다. 전세계 에이즈 보균자의 셋 중 둘(2200만명)은 우간다·콩고·수단 등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 있다.

우간다 사람들은 “그래도 에이즈 감염율은 많이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현지 교회목사 조지 비야쿠노(Byakuno·53)씨는 “지난 10년간 에이즈 감염율이 25%에서 10%대로 크게 떨어졌다”며 “아마도 최근 혼전 순결 교육을 강화시킨 결과일 것”라고 했다.

이곳 여학생들은 어릴적 부터 남학생들의 ‘접근’을 받는다. 한 여대생(25)은 “프라이머리 스쿨(초등학교) 고학년 때 같은 반 남자애가 ‘같이 자자’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아버지한테 혼난다’고 해도 계속 막무가내였다”고 했다.

현지 초등교사와 교회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성교육부터 시킨다”며 “어려서부터 ‘난잡한 성생활=에이즈’라는 공식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제 아동 교육기구 ‘컴패션(Compassion)’ 현지 관계자는 “아이들이 바뀌려면 어른부터 변해야한다”고 했다. 우간다는 전통적으로 일부다처제(polygamy) 사회였다. 지금도 한 남성이 부인 여럿을 두는 일이 잦다. 바비 와인(Boby Wine) 같은 현지 연예인들이 ‘진짜 남자가 되라’는 공익 광고를 찍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간다 컴패션 직원 데니스 투무시메(Tumusiime·24)씨는 “이곳 남성의 상당수는 부인이 ‘더 이상 애를 낳기 싫다’고 하면 ‘그래? 그럼 다른 여자랑 자지 뭐’라는 식으로 반응한다”며 “피임도 제대로 않고 혼외정사를 하다보니 미혼모만 늘었다”고 했다.

24일 우간다 수도 캄팔라 교외의 한 슬럼가에서 동네 꼬마가 길바닥에 오줌을 누고 있다. 미혼모와 젖먹이들이 주로 사는 이곳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다. / 조선일보

◆ 미혼모와 젖먹이가 넘쳐나는 슬럼가

24일 오전 캄팔라 교외의 한 슬럼가. 새벽에 내린 비 탓에 좁은 골목길 곳곳이 진흙으로 질척거렸다. 다섯 살이 채 안 돼 보이는 꼬마가 길바닥에 오줌을 누고 있었다.

이곳 슬럼가에서는 20~30 가구마다 공용 화장실 1곳을 쓴다. 상수도는 들어오지 않고, 삽으로 흙바닥을 대충 파낸 얕은 수로(水路)가 하수도 역할을 한다. 벽돌로 만든 집은 열에 한둘이다.

우기(雨季) 때만 되면 온 마을이 물바다가 되는 이곳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은 미혼모 몫이다.

염소똥 냄새가 진동을 하는 골목 끝의 흙집에 들어가자, 미혼모 그레이스(30)씨가 4㎡(1.2평) 남짓한 방에 앉아 생후 6개월 된 아들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그레이스의 남편은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트럭에 깔려 죽었다. 그는 “컴패션 같은 단체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애 기저귀 사기도 벅차다”고 했다.

이곳 미혼모들은 한 두번씩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다. 돈도, 경험도 없이 아이를 낳은 탓이다. 현지 컴패션 관계자는 “부모와 남자친구 모두로부터 버려진 임산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우간다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67%에 달한다.

“꺄악”

짧은 외마디 소리가 골목 한 쪽에서 들렸다. 동행했던 한국컴패션 여직원(28)이 목을 쓰다듬으며 골목길 반대편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여직원은 “누가 금 목걸이를 낚아채 달아났다”며 “10살 정도 밖에 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목 부근이 목걸이 자국으로 벌겋게 부어있었다.

동행했던 현지 컴패션 관계자들은 “슬럼가라서, 손 버릇이 나쁜 아이들이 많다”며 미안해했다. 우간다에서는 초등학교(primary school) 학생 중 53% 정도만 중등학교(secondary school)에 진학한다. 대학에 가는 학생은 100명 중 1명 꼴이다. 특히 이 같은 슬럼 지역에서는 진학율이 크게 떨어진다.

이곳 미혼모들의 꿈은 ‘물이 나오는 집’을 사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중고 여성 속옷을 파는 한 미혼모는 “여기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캄팔라 시내의 아파트, 빌딩이 보인다”며 “저런 아파트의 깨끗한 화장실에서 우리 애 목욕시키는 게 내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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