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강의 자료로 학점의 벽을 격파하자!"
고은선(20·경희대 경영학과 2년)씨가 2학기 초 경희대 '학습 포트폴리오' 사이트(www.portfolio.khu.ac.kr)에 자신의 코너를 만들면서 내건 목표다.
이 사이트는 경희대가 지난 9월에 새로 만든 것이다. 한 학기 동안 특정 과목을 수강하면서 모은 학습 자료를 학생들 스스로 올리는 사이트다. 강의 노트는 기본이요, 수업 과제물과 관련 자료, 쪽지 시험문제, 중간·기말고사 문제가 망라된 '족보의 보고(寶庫)'다.
경희대 이승한(31) 교수학습지원센터 연구원은 "시험 때만 되면 학생들 사이에 이른바 '족보'가 나돌아 이걸 구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시험을 잘 보고 못 구한 학생은 고전해 학교에서 아예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자료를 정리해서 올리다 보면 저절로 공부도 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현재 학생 450여명이 320개 과목에 대한 코너를 운영 중이다. 고씨는 이 대학 한동(56) 교수의 수업에 대한 자료 20개를 ▲강의노트·강의과제 정리하기 ▲중간·기말고사 대비하기 등 두 항목으로 나눠서 올렸다. 경희대는 고씨를 '10월의 우수 포트폴리오' 대상자로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줬다.
김소라(20·미술학과 2년)씨는 자기 코너에 강사 이혜리(40)씨의 서양미술사 강의 자료를 올리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작가들 작업실에서 작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올렸다. 학교측은 연말에 우수 학생 40명을 뽑아 각각 30만원씩 장학금을 줄 계획이다. 교수들은 비상이 걸렸다. 교양학부 강사 남선우(32)씨는 "학생들이 내 수업을 '매년 똑같다'고 느끼지 않게 하려면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교수학습지원센터장 김종복(43) 영어학부 교수는 "교수들이 수업 준비도 더 철저히 하고, 학생들이 새롭게 강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