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이버 안보, 휴전선 철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선일보
입력 2009.10.30 22:07 | 수정 2009.10.30 23:35

지난 7월 청와대·국방부 등 국가기관과 민간 주요기업의 홈페이지를 사흘 넘게 마비시켰던 DDos(분산서비스거부) 사이버 공격에 동원된 IP(인터넷 주소)가 북한 체신청 것이라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밝혔다고 한다. 공격 경로를 추적한 결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회선이 있었고 그 회선은 북한 체신청이 빌려 쓰는 IP였다는 것이다.

7월 사이버 테러 직후부터 공격 주체가 북한이나 종북세력일 것이라는 추정은 있었다. 정보 당국은 그후 추적 과정에서 공격 경로와 진원지를 확인하고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국감에서 처음 밝힌 것이다. 중국이 관련돼 있고 우리 정보확인 능력을 노출시킬 우려가 있어 그랬다고 한다. 그래도 밝힐 수 있는 부분만큼은 진상과 증거를 밝혀야 국민도 사이버 테러를 안보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정부와 민간 조직을 정비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충한다는 '국가사이버위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대책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선 10개 정부부처가 관리하는 109개 시설의 정보통신 설비 일부가 DDos 대응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나 위치정보(GPS)를 관리하는 국토지리정보원도 DDos 대응장비를 들여오지 않았고 하루 5조원이 거래되는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도 사이버 테러 대책이 없었다. 17일엔 북한 해커부대로 추정되는 해커가 육군 부대 간부의 컴퓨터에서 인증정보를 빼내 국립환경과학원이 관리하는 700여 유해 화학물질 제조업체와 1350종의 화학물질 정보를 빼내간 일이 공개됐다.

우리 인터넷 시스템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사이버 테러 집단이 날뛰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3500만 인터넷 사용자 중 70%가 DDos나 해킹을 막는 백신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한다. 테러 집단과 해커들이 이런 사용자들의 PC 수만대를 사이버 공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백신 설치를 강제하거나 무료화하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7월 단 사흘의 사이버 공격 때 민간 보안업체가 백신을 배포했는데도 피해액은 360억~540억원이나 됐다. 더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을 당하면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 사이버 안보는 휴전선 철책이나 해상 경계망을 철통같이 지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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