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자 A34면 조선데스크 '국감은 계속돼야 한다'를 읽고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그 글 앞부분에서 지적한 수많은 문제점들, 즉 야당의 준비부족, 여당의 정부 감싸기, 특히 정운찬 국무총리 증인출석을 둘러싼 6차례 회의 파행, 여야의 대립 틈바구니에서 피감 기관장들의 시간낭비, 몇달 동안 밤새워가며 준비했던 무용지물 자료 등은 바로 지난 22년간 계속되어 온 국감의 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글 후반부에서 '차세대 전차 가격 30억원 삭감 효과', '업무파악 및 1년 반성의 기회' 등은 평상시 긴장된 상임위 활동(상시 국감)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문제들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국감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이다. 이는 2005년 미·일·독·불 등이 참가한 한국헌법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우리의 국정감사제도는 1948년 제헌헌법 당시 영국 의회의 국정 통제 기능으로서의 국정조사제도를 국정감사로 오해하여 잘못 도입된 제도이다. 1972년 유신헌법에서 그 제도가 폐지됐는데 유신헌법의 비민주적인 성격상 국정감사제도가 마치 민주적인 국회의 상징으로 오해되어 1987년 현행 헌법에서 부활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회는 행정부 감시·통제 기관이지 감사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시·통제는 평상시 각 상임위에서 관계 장관을 출석시켜 관련 서류제출을 요구하며 정책 및 예산집행 상황 등을 질의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특정 사안에 관하여 감사원에 감사 청구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평상시에 가능하고 그것들로도 부족한 경우 국정조사권 발동으로 충분한 것이다. 다만 문제는 현재 우리의 국정조사제도가 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재적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무늬는 갖추었으면서도 실제 활동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따라서 독일식으로 국회 재적 4분의 1 이상의 소수 정파가 원하는 대로 국정조사권을 쉽게 발동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다만 조사결과 채택은 본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면 된다.
본래 국회는 국민의 혈세인 예산·결산 심의를 철저히 함으로써 행정부를 통제하는 것이 본령이다. 미국 의회가 거의 1년 내내 심의를 철저히 하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예산·결산심사는 대충하고 법정기일도 지키지 못하면서 차기 선거에 도움이 될 실적을 올리기 위해 국감에서 한건 터뜨리는 일에 몰두한다. 결론적으로 국회의원들이 '한건주의 호통치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제도개혁만이 국회운영을 정상화·선진화시키는 정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입력 2009.10.27. 22:29업데이트 2009.10.2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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