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는 그분의 애국충절뿐 아니라 열심한 신앙인으로서도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은 안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일인 26일 열린 유묵전(遺墨展) '안중근, 독립을 넘어 평화로' 개막식 축사에서 "안 의사의 정신과 꿈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 우리가 그분을 추모하는 것은 그분의 삶이 숭고했고 신앙과 민족운동이 우리에게 큰 귀감(龜鑑)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유묵전 개막식에서 정진석 추기경(오른쪽)이 축사를 하고 있다. 앉은 좌석 왼쪽부터 박영준 빙그레 상무, 신홍순 예술의전당 사장, 김민영 부산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원장, 안응모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 김문순 조선일보 발행인.

이날 정 추기경의 발언은 지난 1993년 김수환 추기경이 "안 의사의 의거는 가톨릭 신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 '명예회복'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존경하고 본받아야 할 신앙인"으로 강조한 것이다.

천주교와 안중근 의사의 관계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 이후 당시 천주교회의 평가가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10계명에서 금한 '살인'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의거 당시 조선교구장이었던 뮈텔 주교는 안 의사의 마지막 고백성사와 미사 요청을 거부했고, 이 지시를 어긴 빌렘 신부에게 2개월간 미사금지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1993년 당시 김 수환 추기경은 "일제의 무력침략 앞에 풍전등화와 같았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땅의 국민들이 자구책으로 한 모든 행위는 정당방위로, 의거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축사를 통해 안 의사에 대해 "안 의사가 주장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평화가 아니라 창조질서 보존과 공동선의 추구였다"며 "우리도 안중근 의사처럼 평화의 도구로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시를 관람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개인적 안위가 아닌 나라와 민족, 세계평화를 꿈꾸셨던 안중근 토마스 의사를 본받아 원대한 꿈을 간직하기를, 그리고 그 꿈을 꼭 이루시기를 바란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