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속 번영 61년… 이스라엘을 다시 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생존 위해 싸울뿐 우리도 저들도 모두 옳다… 그것이 비극"

조선일보
  • 특별취재팀
  • 김형기 부국장
  • 박종인 기자
  • 이용수 기자
  • 박승혁 기자
    입력 2009.10.21 03:00

    가자지구 검문소 책임자
    "나의 敵은 코란·토라(유대교 경전)를 멋대로 해석한 전쟁狂들"

    2009년 1월 이스라엘과 가자(Gaza)지구의 강경 하마스(Hamas) 세력 간에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스라엘 사람인 아미 샤케드(Shaked· 47)는 가자지구 남단 검문소 케렘 샬롬에 있었다. 케렘 샬롬(Kerem Shalom)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포도밭'이라는 뜻이다. 검문소 책임자인 샤케드는 봉쇄된 검문소를 지키며 의료품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품들을 가자지구로 들여보내는 일을 했다.

    그가 검문소를 지키는 동안 가자지구에서 전투 중이던 그의 아들은 하마스의 총에 맞았다. 아들은 지금 한쪽 다리를 절단한 채 병원에 누워 있다.

    샤케드는 "내 아이들이 5명이었는데 지금은 4명 반"이라고 했다. 적을 구호하고 적에게 총을 맞은 샤케드 부자의 모습은 '모순'이라는 말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요즘도 아버지는 퇴근하면 집에 들렀다가 아들 병상 옆에서 잠을 자고 출근한다.

    샤케드가 관장하는 케렘 샬롬 검문소는 서방 세계와 가자지구를 잇는 유일한 통문(通門)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 쪽과 이스라엘 쪽을 갈라놓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구호품을 비롯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각종 물품 집하장이 있다.

    외딴섬처럼 콘크리트벽에 싸여 있는 집하장에서 샤케드가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여기에도 폭탄이 떨어졌고, 저기에도 폭탄이 떨어졌다. 누가 아나, 5분 뒤에 또 떨어질지." 까칠까칠한 얼굴에 세상을 초탈한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아들의 인생을 앗아간 사람들에게 보낼 물품이 집하장 곳곳에 산적해 있다. 장벽으로 고립된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빠져나와 사무실에서 그가 집하장을 향한 모니터를 켰다.

    아미 샤케드는 케렘 샬롬 검문소에서 일한다. 일촉즉발의 분쟁지대 이스라엘-가자지구를 잇는 유일한 통로다. 그가 가자지구로 구호품 운송작업을 벌이고 있을 때 그의 장남은 가자 시가전에서 하마스의 총에 다리를 잃었다./특별취재팀
    이스라엘 쪽 문이 닫히고, 가자 쪽 문이 열리더니 팔레스타인 쪽 노동자들이 중장비를 끌고 들어와 물품을 옮기기 시작했다. 책상에 놓인 무전기에서는 쉴틈없이 히브리어 무전이 오고갔다.

    "당신 가족을 해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구호품과 상품 통과를 당신이 책임지지 않나." 증오 혹은 분노의 대답을 예상했지만 대답은 뜻밖이었다. 샤케드가 말했다. "내 아들에게 해야 할 바를 가르친 사람은 바로 나다. 그 결과가 이렇게 나왔을 뿐이다." 커피를 홀짝이던 중년 사내 눈이 갑자기 초점이 흐려졌다. 사무실 벽에는 아들의 사진과 야자수가 서 있는 해변 사진이 걸려 있다. 샤케드는 그쪽 방향으로 눈을 고정하며 말을 이었다.

    "이 일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이념과 이념의 싸움이다. 우리도 무엇인가를 위해 싸우고 저들도 무엇인가를 위해 싸운다. 저들도 나를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다. 가자에 살고 있는 사람들, 선한 사람들이다. 전쟁터에서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총을 쐈다. 그리고 저들도 나에게 총을 쐈다. 서로가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으니까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문제는 아무도 자기가 그르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들도 우리도 자기가 옳다고 믿고 있다. 그게 비극이다."

    여느 이스라엘인과 마찬가지로 샤케드는 18세 되던 해에 징집됐다. 이후 2004년 육군 준위로 제대할 때까지 적지에 낙오된 병력 구조대와 특수부대 대장으로 일했다. 장갑차를 몰고 단신으로 전선에 들어가 부하를 구출하기도 했다.

    귀환한 장갑차에는 총알 구멍 150여개가 뚫려 있었고 샤케드는 제대할 때까지 세 차례 총을 맞았다. 제대와 함께 샤케드는 국방부 소속 군무원으로 이곳 케렘 샬롬 책임자로 근무 중이다.

    "나는 아랍 사람들을 좋아하고 코란을 읽고 존경한다. 하지만 코란의 가르침과 저들이 하는 행동에는 공통점이 없다. 코란은 인류를 존경하고 사람을 도우라고 한다. 저들은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샤케드는 "저들은 내가 아는 선한 팔레스타인 사람이 아닌 하마스 세력"이라고 말했다. "저들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저들의 행동은 정상이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남한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말도 하기 두려워하고 자신들의 신념을 말하기 두려워하고, 밤이면 위협 속에 살지 않나. 가자 시내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 대해 세계 그 누구도 (하마스에 억압받는) 150만 가자 시민에 대해 행동을 취하려 하지 않는다."

    현역 시절에는 전투요원으로, 이후에는 가자 시민과 가자 경제를 위한 물품 운송 책임자로 샤케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았다. 2005년까지 가자지구 내에 있는 돌라(Dollah) 유대인 정착촌에 살기도 했다. 그는 "20년째 착한 팔레스타인 사람, 나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지냈다"고 했다. 세계가 가자 공습에 대해 비난을 하고 이스라엘을 악마라고 폄하하는데, 그 이스라엘 시민으로서 샤케드는 가자지구의 생존이라는 임무를 위해 산다. 애국심과 철학 사이의 모순이 크다. "내가 싸우는 적은 무슬림이 아니다. 코란을 멋대로 해석해 전쟁을 벌이는 자들이 나의 적이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토라(유대교 경전)를 자기 멋대로 해석해 전쟁을 거는 사람들 또한 나는 증오한다. 그들과도 나는 싸운다." 부상한 아들의 아버지, 퇴역 준위 그리고 현역 검문소 총책임자인 샤케드가 말했다. "가끔 아랍어로 꿈을 꾼다"고. "꿈속에서 폭탄이 보이고, 평화로운 해변이 보이고, 텔아비브가 보이고, 그리고 선한 사람들이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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