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타란티노… 핏물이 살짝 빠졌네

조선일보
  • 한현우 기자
    입력 2009.10.15 23:22 | 수정 2009.10.16 03:28

    신작 '바스터즈' 선보인 폭력영화의 거장 인터뷰
    "갱스터·범죄 영화 한국에서 찍고 싶어… 킬빌 3편 조만간 촬영"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스터즈'는 머릿속에서 10년을 굴린 영화" 라며 "나의 한국팬들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봐 준다면 고맙겠다"고 말했다./UPI코리아 제공

    쿠엔틴 타란티노(46) 감독은 웬만한 배우보다 대중적 인기가 높다. '저수지의 개들(1992)'로 시작해, '펄프 픽션(1994)'과 '킬빌 Ⅰ·Ⅱ(2003·04)'로 이어진 그의 영화들에서 워낙 독특한 이야기와 화면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또 하나의 화끈한 이야기를 시도했다.

    이 영화의 원제는 'Inglourious Basterds'로 철자를 일부러 틀리게 표기했다. 그가 존경하는 이탈리아 엔조 카스텔라리 감독의 1978년작 'The Inglorious Bastards'에서 제목을 따왔으나 리메이크는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미국 LA 집에 머물고 있던 타란티노 감독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주인공인 브래드 피트의 억양이 매우 독특했습니다.

    "산골 억양(hillbilly accent)이라고 말하는 미국 남부 사투립니다. 서부영화에서 카우보이들이 많이 쓰던 강하고 투박한 억양이지요. 영화 속에서 브래드 피트의 출신지역인 테네시주 억양이기도 합니다."

    ―전작보다 덜 잔인해서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을까요.

    "아니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더 잔인해야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펄프 픽션'이나 '저수지의 개들'에 비교할 수 있지만 '킬빌'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킬빌'은 일부러 피를 많이 보여준 영화였죠."

    ―'킬빌' 3편을 계획하고 있다던데요.

    "저는 늘 10년 안에 '킬빌 3'를 만들겠다고 말했죠. 지금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작품 뒤에 '킬빌 3'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바스터즈'에는 색감이나 질감이 두드러진 장면들이 꽤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제 연출 스타일 중의 하나입니다. 흑백영화 같은 고전 영화 스타일이기도 하지요. 여주인공이 빨간 드레스를 입고 빨간 나치문양 앞에 서 있는 장면, 낡은 가방에서 총을 꺼내는 것은 제가 의도한 고전 스타일입니다. 그 밖에도 고전 스타일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는 이 영화로 칸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어디서 그렇게 뛰어난 배우를 구했습니까.

    "저는 그가 활동한 독일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잘 몰랐습니다. 그는 말 그대로 어느 날 나타났어요. 그가 오디션장에 들어올 때 영화 속 캐릭터가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영화에서처럼 뛰어난 언어능력도 갖고 있지요."

    ―당신은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처음 본 한국영화는 미국에서 한국영화 '용가리'가 개봉했을 때입니다. 아시아 영화 중 홍콩영화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 10년간 한국영화가 홍콩영화를 대체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통상 5년마다 한 번씩 영화가 돋보이는 나라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은 20편에 '괴물'과 '살인의 추억', '공동경비구역 JSA'가 있었고 '올드보이'가 빠졌습니다만.

    "20편 안에 제가 좋아하는 모든 한국영화가 들어갈 수는 없죠.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올드보이'보다 '친절한 금자씨'가 더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박찬욱봉준호 두 사람 모두 매우 매우 뛰어난(really really talented) 감독입니다.지난 10년간 두 사람이 서로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한국 감독이나 제작자와 함께 일할 수도 있겠군요.

    "물론입니다. 갱스터 영화나 범죄 영화를 한국에서 찍고 싶습니다. 한국 제작자들과 함께 일할 수도 있겠지요."

    ―이번 영화에서는 연기를 하지 않았더군요.

    "카메오를 위한 카메오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킬빌'에도 출연했지만 삭제했습니다. 이제 연출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데스 프루프'에서는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좋아했고 잘 알았기 때문에 그 연기를 했습니다."

    ―영화 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다는 것 때문에 불리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그게 바로 할리우드의 재미있는 점이기도 한데, 이곳은 골드러시(gold rush) 때와 비슷해서 누구나 어디서나 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만 하면 되지요. 어떤 학위도 그 사람의 능력을 증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결과물로만 당신을 말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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