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세계시장 점유율 80%인데 망해? 러시아 AK소총 파산신청 내막은…

    입력 : 2009.10.10 03:23 | 수정 : 2009.10.10 19:50

    '아브토마트(자동) 칼라슈니코프', AK로 불리는 러시아의 자존심이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총을 생산하는 이즈마쉬 공장이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소총의 역사를 바꿀 재판이 7일 우드무르트공화국 수도 이제프스크 법원에서 시작됐다.

    이즈마쉬 공장이 파산신청을 한 것은 채권자인 그레미하(Gremikha)사가 4억루블(1300만달러)을 갚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즈마쉬의 불운은 빚 외에도 2007년부터 2년간 72%나 감소한 러시아 무기수출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소총의 대명사 AK 생산공장 이즈마쉬도 이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AK소총의 대형계약은 2007년 베네수엘라에 10만정(5400만 달러)을 수출한 게 마지막이다. 차베스는 당시 미국을 약 올리려 공장을 직접 방문해 소총을 주문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AK소총을 사는 데 고작 15달러 수준이다. 사진은 지난 4월 소말리아 해적들이 AK소총을 휴대한 채 요트에 진입해 프랑스인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장면이다. 칼라슈니코프는 자신이 발명한 소총이 범죄에 사용될 때마다 회의감에 사로잡힌다고 말한다. / 로이터
    여기에 사회주의 시절 소극적인 마케팅도 이즈마쉬의 몰락을 부추겼다. 그룹 경영자는 "세계에서 유통되는 AK 가운데 정품은 10%뿐"이라며 불법 무기 제조사를 탓했지만 정작 고객을 찾아 나서지는 않았다.

    이즈마쉬는 19개국과 AK 면허생산 계약을 체결했지만 현재 계약이 유효한 국가는 10개 미만이다. 이즈마쉬는 그간 최초모델인 AK-47의 후속 모델로 AK-74, AK-191, 야간조준경이 장착된 AK-103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즈마쉬는 1807년 제정러시아 당시 설립됐다. 소총뿐 아니라 자동차 등도 만들어온 대규모 복합 공장이다. 지난해까지 기아차 '스펙트라'를 조립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미하일 칼라슈니코프(89)가 발명한 AK소총은 이즈마쉬 공장에서 1947년부터 생산됐다.

    이 총은 지금까지 1억정이 넘게 팔렸다. 세계 소총 이용자 가운데 80% 이상이 이 총을 쓴다.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본체를 분해하는 데 8초밖에 안 걸릴 정도로 부품이 단순한 데다 튼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프리카 소년병들과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알 카에다, 심지어 소말리아 해적과 남미 반군들에게 AK는 필수품으로 통한다. 오죽했으면 베트남전에서 미군들조차도 M16 대신 AK를 선호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즈마쉬 기계제작소 총설계자인 칼라슈니코프는 "내가 만든 소총이 세계 최고"라며 "이보다 더 좋은 총이 나오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2003년까지 매달 1만4800루블(당시 한화 56만원) 연금을 받았을 뿐이다. 그는 "돈보다 명예가 중요하다"고 말해왔지만 만일 유럽국가에서 이 소총을 개발했다면 연간 500만달러는 너끈히 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의 가족들 역시 러시아 정부의 푸대접에 불만이 대단했다.

    이즈마쉬는 러시아 방산업체를 총괄하는 로스테흐놀로지가 지분의 57%를 보유하고 있다. 공장 파산신청 배경은 복잡한 정치권력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채권자인 그레미하와 이즈마쉬의 지분관계는 명확지 않다.

    더구나 그레미하의 소유주가 러시아 야당 자유민주당 소속 안드레이 마르킨의 소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즈마쉬에 빚 해결을 요구한 이유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마르킨은 범죄조직 '마르켈'과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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