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에 밟히는 '몽유도원도'

조선일보
  • 허윤희·문화부
    입력 2009.10.09 02:29

    허윤희·문화부
    "정말 '몽유도원도 신드롬'이네요! 이 늦은 밤까지 관람객이 장사진을 치는 건 박물관 전시 역사상 처음입니다."

    7일 밤 10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보기 위해 늘어선 줄을 바라보며 박물관 관계자들이 탄성을 질렀다. 몽유도원도 전시 마지막 날인 이날은 폐장 시간이 원래 밤 9시였지만, 박물관은 8시 이전에 줄을 선 관람객은 모두 입장시켰고 전시는 자정 가까이 돼서야 끝이 났다.

    이날 하루 1만4000여명이 몽유도원도를 찾았고, 개막 이후 총 6만1123명이 관람했다. 국보급 유물이 쏟아져 나온 특별전에서 유독 한 작품에만 줄이 늘어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선전기 최고 걸작 그림이 해외로 반출돼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는 안타까움과 짧은 전시 일정, 그리고 '이번 아니면 평생 못 볼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빚어낸 발걸음이었을 것이다.

    9일간의 고국 나들이를 끝낸 그림은 이날 밤 포장돼 8일 오전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앞으로 '몽유도원도'를 국내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소장자인 일본 덴리대(天理大) 도서관은 상설 전시도 없고 대여도 거의 하지 않는다. 덴리대는 이번에 몽유도원도를 빌려주면서 '더 이상의 전시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고 한다.

    그러나 작품 보존이 물론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볼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덴리대의 태도는 유감스럽다. 아무리 귀한 유물이라도 수장고 속에 모셔만 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중한 문화재일수록 보다 많은 사람이 감상하고 그 가치를 공유할 때 빛이 나는 게 아닐까.

    "일본 왕실의 유물 창고인 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 쇼소인(正倉院)은 평상시엔 유물을 공개하지 않지만, 매년 가을 20일간 엄선한 보물을 전시합니다. 덴리대도 최소 1년에 한 번은 그림을 공개해야 해요." 한 70대 관객은 몽유도원도 앞을 오랫동안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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