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노벨상 공장' LMB(케임브리지大 분자생물학연구소)의 비결은?

조선일보
  • 이혜운 기자
    입력 2009.10.09 05:18

    국적·주제 안 따지고, 50년 전통 티 타임으로 강한 유대감… 13명이나 배출

    지난 7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분자생물학연구소(LMB·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의 티 타임. 매일 갖는 '티 타임'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 연구원이 '펑' 소리와 함께 샴페인의 뚜껑을 땄다. 이날 티 타임은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 연구소의 동료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Ramakrishnan)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라마크리슈난은 세포 내 소(小)기관인 리보솜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혀낸 공로로, 예일대와 이스라엘 연구소 소속 학자 2명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 국가에서 단 한 명 배출하기도 어려운 노벨상 수상자를 13명(횟수로는 14번째)이나 낸 연구소가 있다. 바로 라마크리슈난이 속한 'LMB'다.

    LMB는 영국의 '노벨상 제조 공장'으로 불린다. 1958년 프레데릭 생어(Sanger)가 인슐린의 아미노산 배열 순서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3명의 학자가 이 연구소에서 재직 중에 노벨상을 받았다. '다윈 진화론' 이래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불리는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해 현대 생물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제임스 왓슨(Watson)과 프랜시스 크릭(Crick)도 이곳 출신이다. 대체 이곳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첫 번째 비밀은 연구원들 간의 '끈끈한 우정'. LMB에는 하루 두 번, 늦은 아침과 오후에 티타임이 있다. 1962년 구상(球狀) 단백질의 구조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맥스 퍼루츠(Perutz) 전(前) 소장 시절부터 50년 넘게 내려온 전통이다. 현재 이 티타임은 LMB가 속한 의학연구센터(MRC)가 자금을 지원한다.

    이 시간만 되면 연구원들은 잠시 실험기구들을 내려놓고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다. 학문적인 얘기도 하지만, 그냥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많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날에는 축하 파티장으로 바뀌기도 한다. LMB 소장을 지낸 리처드 헨더슨(Henderson)은 "1980년 생어가 두 번째 노벨상을 받은 날을 기억한다. 생어를 축하하려고 오후 7시30분까지 무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연구원들 간의 '평등한 조직문화'도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헨더슨은 소장직을 그만두고 나서도 아직 연구소에 남아 있지만, 그는 후배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연구한다.

    두 번째 비밀은 호기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연구 환경. 이곳에선 연구 주제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지,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지 등을 따지지 않는다. 그냥 한 연구원이 "이런 것이 궁금해"라고 말하면 그를 위해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초과학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를 떠나 이곳으로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세 번째 비밀은 연구원들의 '다양성'이다. 올해 수상자인 라마크리슈난은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취득했으며, 현재 이곳 영국에서 연구하고 있다. 그를 '벤키(Venki)'라고 부르는 동료들은 "그는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만했다"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실제로 이 연구소의 13명 수상자 국적을 보면 영국 국적은 5명뿐이며, 오스트리아·리투아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적이 다양하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하니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1962년 40명의 과학자로 시작한 LMB가 현재 연구원만 340명에 달하는 거대 연구소로 발전한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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