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일(日)언론 "한글 '수출'… 한국인 발상 놀랍다"

조선일보
  • 이한수 기자
    입력 2009.10.07 03:03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한글 '공식문자' 채택 두달…
    美언론·북한도 관심 보여 기업들도 잇달아 후원
    "문자 수출 강조하다보면 수용자 쪽에 거부감 줄수도"

    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市)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族)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한 지 두 달, 한글날을 앞둔 한글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한글이 세상에 태어난 지 566년 만에 처음으로 한민족 밖으로 나간 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한글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진 점이다.

    한글 세계화의 첫 걸음에 세계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사라져가는 토착어를 지키기 위해 한글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글이 한국의 새로운 수출품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자카르타 특파원이 현지를 찾았고, 시코쿠신문은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이 자기 언어를 보존하려면 문자가 필요한데 그것이 반드시 알파벳일 필요는 없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인데 일본인들은 이런 발상이 없다. 한국인의 발상과 에너지가 놀랍다"고 보도했다. NHK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며 한국 정부에 취재 문의를 해왔다.

    북한도 '한글 세계화'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했다는 소식이 남조선은 물론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며 "남조선의 관계자들이 적극 활동한 결과"라고 이례적으로 보도했다.

    한글을 문자로 도입한 찌아찌아족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 남해군(군수 정현태)은 6일 공책·연필·크레파스 등 500만원 상당의 학용품을 보냈다. 국제교류재단은 부톤 섬에 초급 한국어 교재 150권을 보냈고, 대한민국예술연(鳶)협회(회장 류금열)는 한글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까르야바루 초등학교에 한글 사용을 기념하는 뜻으로 방패연 100개를 선물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더존그룹, 부산의 강의용 마이크 제조업체, 교재전문 출판사 등 기업 20여 곳도 훈민정음학회에 후원 의사를 밝혔다.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만든 훈민정음학회(회장 김주원 서울대 교수)도 후속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과서 편찬 실무를 맡았던 이호영 서울대 교수는 "오는 12월 20일 바우바우 시장이 한국을 방문해서 협정을 맺고 현지에 한글센터를 짓게 된다"고 밝혔다.

    찌아찌아족의 한글 채택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인도네시아의 다른 소수민족에게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의 언어는 737개에 이르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인정이 필수다. 김주원 회장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민통합이 깨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여러 단체들이 마구잡이로 현지에 들어가 이런저런 행사를 하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민통합을 해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저지에 나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은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은향 문화관광부 국어민족문화과 서기관은 "찌아찌아족의 한글 채택은 현재 40여명 초등학교 3학년생에게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초·중·고 전 과정의 교과서가 개발되려면 조용히 일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찌아찌아족의 한글 채택을 문자 수출이나 보급이라는 '문화 제국주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한다. 강창석 충북대 국문학과 교수는 "문자는 소유한 쪽에서 의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쪽에서 차용하는 것"이라며 "보급이나 수출 등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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