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야(野)사회당 승리… 파판드레우가(家) 3대째 총리에

조선일보
  • 이혜운 기자
    입력 2009.10.06 03:29

    아버지와 달리 조용·신중

    "그리스의 부흥과 발전, 성장을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겠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4일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사회당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Papandreou·57) 총재는 아테네의 사회당사 밖에 모인 수천 명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AP통신에 따르면, 87.7%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사회당은 43.9%를 득표했다. 전체 300석 중 160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현 집권당인 신민주당(ND)은 34.0%를 얻는 데 그쳤다.

    그리스인에게 '파판드레우 총리'라는 단어는 익숙하다. 그와 이름이 같은 할아버지 게오르게 파판드레우와 아버지인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각각 세 번과 두 번 총리를 지냈다.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카이로 망명정부에서 총리를 맡았고, 아버지는 사회당을 창당했다. 파판드레우 가문의 정치사는 그리스 현대정치사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승리한 파판드레우 역시 자라면서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그때마다 그는 "아니다"고 답했지만, 아버지가 총리로 선출된 1981년에 자신도 29세에 의회에 입성하면서 가업(家業)을 이었다. 2004년에는 사회당 총재로 선출됐다.

    '파판드레우 3세'는 '게오르가키(Georgaki·작은 게오르게)', '아메리카나키(Amerikanaki·작은 미국인)'로 불린다. 이 두 단어는 그에게 짐이었다.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의 3세는 정력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던 아버지와 늘 비교가 됐다. 또 사회당 총재가 된 이래 두 번의 총선에서 참패했다. '아메리카나키'라는 별명은 또 그의 어머니 마가렛이 미국인인 것을 비꼬는 말이다. 특히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나 런던정경대·하버드대·스톡홀름대 등을 다니며 유년기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낸 그를, 사람들은 '그리스를 잘 알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파판드레우 3세의 이런 경험은 이번 선거에서 장점이 됐다. 그의 선거 슬로건은 '함께라면, 우리는 할 수 있다(Together, we can).'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차용한 것이다. 또 ▲부패 척결을 위한 개혁 ▲30억유로의 경기부양책 ▲저소득층 지원 등의 공약을 내세워 우파가 대세인 유럽에서 중도좌파인 사회당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파판드레우는 유세 중에서, 과거 정치적 견해로 인해 투옥되고 망명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자신 역시 "그리스의 변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후광을 넘는 총리가 될지, 그리스인들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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