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핵 폐기 뜻 밝힐까

조선일보
  • 임민혁 기자
    입력 2009.09.29 04:11

    내달 4일 원자바오 방북때 진일보한 언급 가능성 커

    북핵(北核) 문제를 둘러싼 외교가의 눈길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 10월 4~6일로 예정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 기간에 김정일이 북핵협상 재개의 주요 모멘텀을 제공할 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지난 18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북한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 또는 양자 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원 총리의 방북 때는 국가 원수급에 대한 예우로 좀 더 진일보한 언급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원 총리가 6일 거행될 양국 수교 60주년 기념식에 맞춰 평양을 방문한다"고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예고기사를 보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베이징 등에서는 "김정일이 6자회담 재개와 핵 폐기 의지를 밝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소식통도 이날 "북한은 중국 고위층이 방문하면 뭔가 '성과물'을 내주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원 총리가 북한의 2차 핵실험(5월 25일) 때문에 방북을 한 차례 취소한 적이 있는 만큼 김정일로서도 이번 방문에 상당히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이 미·북 양자 대화를 수용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 등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는 것도 김정일의 입을 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이 이번 기회에 '6자회담 재개' 등 전향적인 언급을 하면 미국의 신중한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럴 경우 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의 방북이 곧바로 성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6자회담 관련국들은 이미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Steinberg) 미 국무부 부장관은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며 미·북 대화의 시기와 조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술의 목표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28일엔 한·중·일 외교장관들이 중국 상하이에서 북핵 해법을 논의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방북 이후 10월 10일 베이징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해 북한에서 듣고 온 얘기를 전하며 공론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일이 어떤 전향적인 언급을 하더라도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그의 말대로 북핵 프로세스가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우리측 신뢰를 악용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화 진행 중이라도 국제공조를 통해 제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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