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천마도 '1500년의 오해'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입력 2009.09.28 03:08 | 수정 2009.09.28 07:41

    말이 아니라 기린이었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촬영한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 동물의 머리에 뿔 두개가 대칭으로 선명하게 나 있어 말이 아닌 기린일 확률이 높아졌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보 제207호 ‘천마도(天馬圖)’ 속의 동물은 말이 아니라 상상의 동물인 기린(麒麟)인가? 국립중앙박물관은 27일 “29일 개막하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을 찍었더니 머리 양쪽에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두 개의 뿔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적외선(1200만 화소) 사진을 보면, 육안으로 볼 수 없었던 동물의 형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머리 양쪽에 두 개의 각진 뿔이 대칭으로 나 있으며, 정수리 위쪽으로 큰 갈기가 신령스럽게 그려져 있다. 사진을 검토한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말을 영화(靈化)시킨 영물(靈物), 즉 말의 몸에 두 개의 뿔을 가진 기린이 확실하다”고 했다.

    천마도는 1973년 경주 황남동 155호분에서 발견된 ‘말다래’에 그려진 그림으로, 5~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발굴팀은 말이 하늘을 나는 것과 같다고 해서 〈천마도〉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고분 이름도 ‘천마총’이 됐다.

    하지만 1997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적외선 사진(30만 화소)을 촬영한 결과 그림 속 동물의 정수리에 반달 모양의 뿔이 우뚝 솟은 것으로 보이면서 말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0년 미술사 연구자 이재중씨가 대구효성가톨릭대 박사 논문에서 “천마가 아니라 기린”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번에 찍은 고화질 사진을 통해 당시 뿔로 보였던 것은 큰 갈기의 일부로 판명됐고, 그 좌우에서 새로 뿔 두 개가 확인된 것이다.

    기린은 중국 고대문헌에서 봉황·용·거북과 함께 신령스러운 동물의 하나로, 왕이 인덕(仁德) 정치를 펼쳤을 때 나타난다. 말이나 사슴의 몸에 머리에 1~2개의 뿔을 갖고 있다. 5~6세기 중국 남조시대의 황제릉 앞에는 뿔이 두 개인 이각(二角) 기린 석상도 세워져 있다.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목이 긴 실제 기린과는 관계가 없다. 천마는 중국 한나라 때 중앙아시아 초원에 살고 있는 건장한 말을 가리키는 용어로 처음 사용됐다. 안휘준 전 문화재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동양에서 천마는 영물이 아니지만, 기린은 성스러운 동물이고 성군(聖君) 등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그림이 발견된 곳이 신라 왕의 무덤이니 영적인 존재인 기린을 형상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발굴된 천마도의 발굴직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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