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면 '돈=행복'이라는 공식부터 깨야"

조선일보
  • 김신영 기자
    입력 2009.09.22 03:08 | 수정 2009.09.22 03:14

    한국 찾아온 '느림 전도사' 日 쓰지 신이치 교수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우리만 행복하다면, 환경파괴로 후손들이 고통을 받더라도 할 말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행복했단다. 너희에겐 미안하다' 이렇게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행복한가요?"

    '행복의 경제학'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21일 한국을 찾은 '느림 전도사' 쓰지 신이치(56) 메이지가쿠인대(明治學院大) 국제학부 교수는 "돈과 행복 사이에 들어 있는 등호(=)를 빼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아버지가 한국인인 쓰지 교수는 '슬로 라이프' '천천히가 좋아요' 등의 책을 통해 적게 쓰고 서두르지 않는 느린 삶을 전파해왔다.

    행복과 돈이 분리돼야 하는 단적인 예로 국내총생산(GDP)·국민총생산(GNP) 같은 경제지표의 허망함을 들었다. GDP와 GNP에는 이혼 소송, 무기 생산, 암 치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 같은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행복과는 무관한 일이죠."

    그는 '느린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나무늘보 클럽'을 만들었다. "나무늘보의 근육량은 아주 적습니다.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한 방법이지요. 나뭇잎을 따먹으며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나무늘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땅으로 내려와 구멍을 파고 배변을 합니다. 취한 것 중 일부를 나무에게 돌려주기 위해섭니다." 쓰지 교수가 추구하는 저에너지·순환형·공생·비폭력 등의 키워드가 나무늘보 안에는 스며 있단다.

    "요즘 젊은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도 '무엇을 할까'에 집착해요.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한 거 아닌가요. 하릴없이 나누는 대화를 잡담,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잡초, 돈 벌기에 도움이 안 되는 업무는 잡일이라고 하지요. 결국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수치로 상징되는 생산성이 아니라 잡(雜)스러운 것입니다."

    쓰지 교수는 2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페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에서 '느린 삶'을 주제로 대화의 시간(참가비 음료 포함 5000원)을 갖는다. 24일 오전 10시엔 대전시 한남대 공대홀에서 '천천히 사는 삶, 행복의 경제학' 포럼도 연다. 문의 여성환경연대 www.ecofem.or.kr

    슬로우 라이프 주창자 쓰지 신이치 교수가 자신의 저서 '행복의 경제학'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