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北) "개성공단 임금 5%만 인상해달라"

입력 2009.09.12 02:59

300달러 요구 돌연 철회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기준 임금을 예년처럼 5%만 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는 북한이 작년 6월 갑자기 요구했던 월급 300달러(종전의 4~6배 수준) 인상안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금년도 임금 인상률을 예년과 같은 수준인 5%로 하자는 합의안을 우리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북측 안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기준 월 임금은 현재의 55.125달러에서 57.881달러로 올라가게 된다"며 "인상된 임금은 올해 8월 1일(소급적용 예정)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금명간 북측이 제시한 합의안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북측은 임금 5%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조속히 합의서를 체결하자는 입장을 우리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 부대변인은 "북측이 임금을 월 300달러로 올려달라는 요구와 토지임대료 5억달러를 더 내라는 요구 등을 접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우리측은 북측이 '임금 5% 인상안'을 제시했을 때 "그럼 300달러 인상안은 철회한 것이냐"고 물었으나 북측은 "일단 5% 인상으로 조정하자"는 정도의 답변만 했다는 것이다. 특히 토지임대료 5억달러와 공단 노동환경 개선 등 그동안 문제 삼았던 다른 사항들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측이 제안한 것은 '(기준) 임금 인상률 5%'이기 때문에 사회보험료나 각종 수당을 더 달라고 요구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했다. 현재 북한 근로자들은 기준 임금(55.125달러) 외에 사회보험료 8.3달러와 연장 근무수당 11~18.3달러 등 75~80달러 정도를 받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300달러 인상 철회'를 공개 거론하지 않은 것은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열릴 당국 간 회담에서 합숙소와 탁아소 건설, 출퇴근 도로 증설 등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남겨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애당초 북한이 강조한 것은 월급 300달러가 아니라 토지임대료 5억달러 부분이었기 때문에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박사)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예년 수준의 인상을 제시한 것은 "대남 유화 공세 흐름을 되돌리지 않겠다는 의미"(김용현 동국대 교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임진강 댐 무단 방류로 우리 국민 6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평양이 서울의 격앙된 분위기를 감안했을 가능성이 있다"(통일부 관계자)는 시각도 나온다.

반면 청와대 당국자는 "개성공단 활성화는 지난달 중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며 "개성공단 임금 문제를 임진강 참사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그보다는 "지난달 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으로 서울에 온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개성공단은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으로 추진된 사업'이라며 '세계적 일류 단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4만500여명의 북측 근로자가 있으며 북한은 작년에만 3000만~3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이날 제안에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김학권 회장은 "북한이 기존의 주장을 스스로 철회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다만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임금 인상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의 한 의류제조업체 대표는 "개성공단에 짓기로 했던 합숙소 건립이 지연되면서 북한 근로자를 당초 신청했던 인원의 20%밖에 받지 못했고 근로자 생산성도 낮아 매달 2000만원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다"며 "임금을 올려줄 여력도 없고 철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