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별건(別件)구속' 수사 악습 없앨 때 됐다

조선일보
입력 2009.09.11 23:02

검찰이 특정 혐의 수사를 하면서 애초에 수사를 시작한 혐의와는 다른 혐의로 피의자를 구속하는 이른바 '별건(別件) 구속'을 금지하는 '수사 패러다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억지 수사와 무리한 기소로 무죄 판결을 받는 검사는 경위를 조사해서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이는 "수사는 신사답게,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해야 한다"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별건 구속은 일제시대 이래 이어져 온 후진적 수사 악습(惡習)이다. 검찰이 원래 노리는 본건(本件) 혐의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입증이 쉬운 다른 별건의 혐의를 먼저 적용해 체포·구속으로 신병을 확보하고 나서 본건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다. 본건 수사가 원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자 수사에 착수한 체면을 생각해 다른 혐의를 찾아내 구속하는 경우도 별건 수사로 볼 수가 있다. 이 별건 수사는 헌법 12조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 절차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일본은 본건 수사를 위한 별건 체포와 구속은 위법하다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그런데도 우리 검찰엔 그 악습이 여전하다. 10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의 경우가 별건 수사의 전형적인 피해 사례다. 검찰은 변양호씨에 대해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배임 혐의 수사에 착수한 후 2006년 현대차 계열사의 채무탕감 대가로 뇌물을 받은 별건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변씨는 별건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2심 유죄,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치며 300일 가까이 수감된 끝에 3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변씨는 작년엔 수사의 '본건'이었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2007년 1심 무죄판결로 석방되면서 "그들(검찰)은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나는 검찰 공명심의 희생자"라고 했었다.

지난달에는 마약사범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기 죄를 줄이려고 경찰에 뇌물을 줬다고 거짓 진술하는 바람에 누명을 쓴 경찰관이 11개월 동안 법정 투쟁 끝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경찰관이 뇌물 혐의를 부인하자 검찰은 먼지떨이식 수사로 다른 뇌물 혐의를 찾아내 들이댔다고 한다. 작년 대검 중수부가 6개월 동안 이 잡듯 장부를 뒤진 석유공사 비리 수사는 임직원 2명을 석유시추비 과다 지급 혐의로 기소하는 선에서 끝났고 그나마 무죄가 선고됐다.

검사들이 인사권을 가진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 사건을 골라 억지로 수사하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 검사는 피의자 혐의를 확실히 입증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주저 없이 무혐의 처리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1심, 2심에서 무리한 기소였음이 확실히 드러났는데도 상사에 대한 면목과 자신의 체면을 위해 굳이 3심까지 끌고 가면서 피고인을 괴롭히는 일부 검사들 때문에 전체 검찰 조직이 '억지 수사'라는 욕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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