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9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북한은 지난 8월 27일 1차 수공(水攻)을 단행했다"며 "당시 북한이 초당 7400t의 물을 2시간 동안 방류하는 바람에 (임진강) 군남댐 건설현장 일대의 물이 불어나 크레인이 잠기고 임시 교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그 점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최근 국방부로부터 박 의원의 언급과 거의 같은 내용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사건을 덮어버림으로써 지난 6일 무고한 시민 6명이 희생되는 참사로 이어졌다"고 했다. 또 "8월 27일 당시 불어난 수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16시간이 걸렸다"며 "북한이 (지난 6일) 초당 1400t만 보내서 그렇지 (8월 27일처럼) 초당 7400t을 보냈으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했다. 그는 "북한은 (8월 27일) 예방주사를 줬는데 우리 정부는 항체조차 형성하지 않아 이번 임진강 참변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날 국회에 보고한 7건의 '북한 무단 방류' 사례에는 박 의원이 지적하고 현 장관도 "알고 있었다"고 한 8월 27일 건은 빠져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8월 26~27일에는 북한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방류가) 불가피했던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제외했다"고 했다. 무단 방류는 2001년 3월과 10월, 2002년 9월, 2003년 7월, 2005년 9월, 2006년 5월과 지난 6일 등 7건이 전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무슨 근거로 무단 방류를 7번이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우리는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 6일처럼 사고가 터져야 무단 방류를 챙겼다는 얘기"라며 "8월 27일처럼 그냥 넘어간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북한 수공도 문제지만 우리 내부의 경보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게 더 심각하다"(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월 27일 방류만 해도 "2002년 말 이후 줄곧 위험성이 제기됐던 황강댐의 첫 무단 방류"(정보기관 당국자)였는데도 국토부와 통일부 등에는 당일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임진강에선 '홍수' 수준의 수위 변화가 없으면 국토부는 물론 국방부와 통일부 등에 별도로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임진강 비룡대교의 수위가 9.5m를 넘어야 국토부에 보고하고 '홍수주의보'를 발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일 참사 때는 임진강 수위가 최고 4.68m였지만 6명이나 희생됐다. 8월 27일의 경우, 오전 0시10분 0.6m였던 수위가 오후 5시50분 9.34m까지 치솟았으나 정부 기관 간 정보 교류는 전혀 없었다.
당시 군남댐 인근에서 식당을 하던 민모(47)씨는 "27일에는 비도 오지 않았는데 낮 12시쯤 갑자기 강물이 불어나더니 집 계단이 중간쯤까지 물에 잠겼다"고 했다. 연천군 관계자도 "27일 오전 8시33분쯤 수위가 7m를 넘으면서 중대피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는 올여름 들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수통제소 관계자는 "8월 25~26일 비가 와서 수위가 올라간 것으로 판단했지 북한의 무단 방류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25~26일 연천군 일대에는 140㎜ 내외의 비가 내렸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 기관 간 정보 공유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당국자는 "우리끼리 전화 한 통 안 하는 시스템인데, 북한이 사전 통보 안 했다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국회 외통위에선 "이번 방류 사태 때 제대로 움직인 것은 수위가 불어나는 사실을 처음 보고한 초병뿐"이란 얘기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