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北), 실수도 사고도 아니었다… 의도적이었다"

조선일보
  • 안용현 기자
    입력 2009.09.10 02:34 | 수정 2009.09.10 03:36

    현인택 장관 밝혀…
    "돌발 아닌 도발" - 8월에 황강댐 물 충분히 빼… 한꺼번에 쏟아낼 필요 없어
    "수해 아닌 테러" - 예성강으로도 방류 가능한데 임진강 쪽으로만 흘려보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9일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우리 국민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임진강 댐 방류가 "실수냐, 의도적인 것이냐"는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의 질의에 "(북한이) 의도를 갖고 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현 장관은 "북한이 이번에 무단 방류를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며 "(이는) 사고나 실수에 의한 방류가 아니라 의도적 방류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의원들은 "그러면 이번 사태는 수해가 아니라 테러"(한나라당 윤상현 의원)라며 "우리 국민을 살상(殺傷)할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냐" "수공(水攻)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현 장관은 "관계 당국이 정보를 판단 중"이라면서 "(정보를) 검토한 후에 답변할 기회를 갖겠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북한의 '의도적 방류'라고 판단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을 한꺼번에 내려보냈기 때문"(정부 핵심 당국자)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27일 이번 참사를 일으킨 황강댐의 수문을 열어 초당 7400t의 물을 두 시간 동안이나 쏟아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황강댐의 위성사진 등을 종합한 결과 지난달 27일 물을 충분히 뺐기 때문에 지난 5~6일에는 황강댐의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임진강 상류 언제(댐)의 수위가 높아졌다"고 방류 이유를 내세웠지만 "6일 새벽에 4000만t을 방류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예고 없이 대량 방류를 하면 남한이 피해를 보리라는 사실을 북한이 몰랐을 리 없다"(통일부 관계자)는 것이다.

    북한 황강댐 무단방류에 대비해 임진강에 건설 중인 군남댐 공사현장.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한 군남댐은 저수량 7000만t 규모로 황 강댐 저수용량 3억~4억t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또 8월 26~27일에는 황강댐이 있는 황해북도 토산군 일대에 346㎜의 비가 왔으나 이달 초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던 점도 "북한이 불가피하게 수문을 열었다고 보지 않는 근거"(안보 부서 당국자)란 설명이다.

    황강댐에 기술적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회의적이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황강댐 외부에서 균열 등의 문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올해 2월 완공된 황강댐에 물이 가득찬 것이 최근이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가 뒤늦게 발견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황강댐이 만수(滿水)가 된 것은 최근이 아니다"고 했다.

    관계 당국은 '북한이 황강댐 물을 예성강 쪽으로도 뺄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임진강 쪽으로만 흘려보낸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황강댐은 수로를 예성강으로 돌리는 '유역 변경식 댐'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예성강 쪽과 임진강 쪽에 모두 수문이 있지만 지난 6일에는 예성강 쪽으로 거의 방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댐이 지난 2월 완공됐다면 예성강 쪽 수로 공사도 끝났을 것"이라며 "임진강 쪽으로만 물을 흘려보낸 의도가 의심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죽이려고 고의로 임진강 쪽으로 필요 이상의 물을 쏟아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를 위협하려는 의도는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공개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 당국자가 '의도적 방류'라 단언하는 것은 "다소 앞서 나간 것 아니냐"(국책연구소 연구원)는 지적도 나온다. 현인택 장관은 지난 7일만 해도 '북한이 의도적으로 댐을 방류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판단할 만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고 했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국민이 6명이나 희생됐는데도 북한에 곧바로 사과 요구를 하지 않는 등 정부가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북한이 선량한 이웃이냐'는 질문에 "선량한 이웃이 아니다"고 답했다. 또 북측에 우리측 인명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8일 오전 임진강 비룡대교 부근에서 군인들이 강 위아래에서 실종자를 수색했다. 이날 아침 일찍 실종자 두 명의 시신이 비룡대교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현재 연천에서는 북한 황강댐에 대비해 군남댐을 건설하고 있다. /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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