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核) 포기 의사 없는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조선일보
입력 2009.09.04 22:37 | 수정 2009.09.04 23:34

북한은 3일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추출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6월 실시한 2차 핵실험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최근 북한의 무기 거래를 금지한 안보리 제재 결의 1874호에 따라 북한 선박에 실린 무기를 압류했다. 안보리가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북한은 이날 편지에서 '우라늄 농축'을 들먹이며 위협했다.

북한은 지난 한 달 가까이 대미(對美)·대남(對南) 유화 공세를 펼쳐왔다. 최근 서울에 온 북한 대표단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핵과 미사일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대화하자고 나선 것은 결국 유엔 제재와 압박을 허물어뜨리려는 전술일 뿐이란 얘기다.

지금으로선 이런 북한의 양면(兩面) 전술에 대해 현재의 유엔 대북 제재를 계속하고 또 다른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제재 강도를 높이는 것 외에 현실적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제재에 굴복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세계적으로 유엔 제재가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드물고, 북한은 어느 나라보다 제재에 대한 내성(耐性)도 강하다. 중국이 북한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갈 가능성도 거의 없다.

북한은 1960년대 초반부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 왔다. 북한도 자신의 체제가 미국의 약속이나 미국과의 협정으로 보장될 수 없으며, 외부 침공으로 붕괴될 가능성보다는 인민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국가의 실패로 인해 내부에서 붕괴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핵만이 안팎의 체제 붕괴 요인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으로 50년 가까이 핵을 개발해 온 것이다. 이미 미국 조야(朝野)에선 김정일 체제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압박이나 대화로 포기시킬 수도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결국 북한 핵 문제는 6자회담이나 미·북 대화의 성과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라 핵과 북한 체제는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는 관점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북한 체제의 운명이 어찌 될 것인지는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는 사이 북핵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북한이 지하에서 우라늄 농축에 들어가게 되면 북핵은 국제사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버린다. 그런 상황이 오게 될 경우 북핵이 테러집단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미국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대북 압박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북의 현 체제가 숨이 붙어 있는 한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애써 외면해왔다. 그러나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의 순간은 언젠가 닥칠 수밖에 없다. 그 순간이 어떤 것이든 그것은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결정적 사태일 것이란 점만은 확실하다. 그 순간을 어떻게 맞을 것인지는 우리의 준비에 달려 있다. 우리는 대북 압박과 대화로 상황을 관리하면서도 언젠가는 결정적 순간이 도래(到來)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 아래 그에 대한 대비에도 소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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