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연맹 기(氣)싸움… 축구, 어디로 가나

조선일보
  • 김동석 기자
    입력 2009.09.03 02:28

    정몽준, 축구協 손뗀 뒤 양측 '파워 게임' 노골화…
    대표팀 훈련까지 큰 차질 선수없어 감독이 골키퍼까지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회장 조중연)와 프로축구연맹(회장 곽정환) 간의 감정싸움 때문에 축구대표팀 훈련이 파행을 겪고 있다. 2일 실시된 대표팀 훈련에선 허정무 감독과 김현태 코치가 골키퍼 역할까지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3명의 대표선수 중 해외파 10명만 1일 모이고 국내 프로팀 소속 13명은 3일에나 합류하기로 해, 선수부족으로 빚어진 웃지 못할 장면이었다. 국내파 선수들의 뒤늦은 합류는 프로연맹의 방침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2일 축구 국가대표 훈련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허정무 감독이 직접 골키퍼 장갑을 끼고 골문을 지켰다. 한국 축구팀의 수장이 선수들의 슈팅을 막아내야 했던 현실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뉴시스 제공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갈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프로구단들은 국내 프로축구의 인기는 바닥인데, 밥 먹듯 하는 선수 차출이 불만이다. 또 한국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해봤자, 공은 모두 축구협회가 독식하는 것도 마땅찮을 것이다. 반면 대표팀을 운영하는 축구협회는 프로연맹의 사정을 생각하기에는 월드컵 본선(내년 6월)이 코앞에 닥쳤다. 과거에도 이런 갈등은 늘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극단적 감정싸움 끝에 대표팀이 반쪽훈련을 하는 일은 없었다. 한국축구계가 그만큼 심각한 내분에 빠졌다는 증거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론 대표팀 평가전(9월 5일 호주전, 10월 14일 세네갈전) 일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으나, 이면에는 양측의 불신과 반감이 뿌리 깊게 깔려 있다. 정몽준 전 축구협회장(명예회장)이 지난 1월 22일 16년간의 축구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촉발된 파워게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축구협회는 올해 학원축구 주말 리그제를 도입하면서 지난 6월 그 재원 마련을 위해 프로연맹에 배분하던 스포츠토토 수익금 비율을 기존 5대5에서 '협회 6, 프로연맹 4'로 바꿨다. 이는 신임 조중연 협회회장의 야심작이다. 하지만 졸지에 수익금 22억원이 줄어든 프로연맹측은 "독단적"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정몽준 체제'에 눌려 있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분출했다. 토토를 둘러싼 충돌은 지난해부터 간간이 제기됐던 프로연맹의 독립 법인화(사단 법인화) 시도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을 붙였다. 협회는 프로연맹의 독립 시도가 '1국가 1협회' 원칙에 벗어난다고 비판했지만, 연맹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반박했다.

    한 축구계 인사는 "토토 수익금 배분과 프로연맹 사단 법인화 문제를 둘러싸고 협회와 연맹 양측은 '서로 쳐다보기도 싫다'는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대표팀 '반쪽 훈련' 사태가 이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이다.

    '반쪽 훈련'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는데도 협회와 연맹 양측은 서로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정몽준 체제'가 끝나면서 기업들이 뒤를 받치는 프로연맹은 축구인 출신인 조중연 회장 길들이기에 나선 양상이다. 협회는 협회대로 "지금 밀리면 끝"이라며 힘겨루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이 계속될 경우 여론의 화살이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지도부를 겨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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