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한글 수출, 국익 따져봐야

조선일보
  • 임덕순 충북대 명예교수·정치지리학
    입력 2009.09.02 00:58

    임덕순 충북대 명예교수·정치지리학

    한글이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의 문자가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글이 세계 도처에서 학술상의 문자나 특정 국가 전체의 문자로 쓰이는 것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파한다는 차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어느 한 국가의 여러 민족 가운데 한 민족의 말 표기용으로 한글을 수출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다민족 국가에선 각기 다른 말과 문자가 갈등과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가 그런 경우다.

    인도네시아는 약 1만63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로, 자바어와 순다어를 비롯하여 수많은 언어가 존재한다. 인도네시아는 오늘날까지도 그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국가 통치는 물론 국민 간의 의사소통이나 사회적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2차 세계대전 후 수마트라섬에서 쓰이는 말레이어에 기초를 둔 '바하사 인도네시아(Bahasa Indonesia)'라는 공용어를 만들고, 로마자 알파벳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공용어 프로젝트는 성공적이라는 것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자체 평가다.

    물론 족장들의 통치권이 우선하는 찌아찌아족이 사는 섬을 위시한 여러 섬에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아직은 잘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다수가 하나다'(Bhineka Tunggal Ika)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내걸고 다민족 사회 통합에 열심인 터에,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문자로 채택한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선 탐탁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는 우리가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나라다. 한글이 수출된 데 환호하는 건 좋지만 국익과 배치될 가능성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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