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강철환의 북한 Watch] '요덕' 보다 무시무시한 '전거리노동교화소'

조선일보
  • 강철환 기자
    입력 2009.08.29 09:25 | 수정 2009.08.29 15:18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5월 초 "한 명의 탈북(脫北)도 허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뒤 대대적인 탈북자 때려잡기가 시작됐다. 국방위 명령은 핵실험 뒤 국제사회의 압력이 시작되자 대량 탈북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방위는 주민 강연도 대대적으로 열었다. 골자는 "말로 탈북자를 통제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무단으로 건너면 '민족반역자'로 간주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 뒤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게 함경북도 전거리의 '전거리노동교화소'다. 이 교화소가 탈북자 전용 수용소로 개편됐다. 일반 교화소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세고 고문 구타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간 생지옥'이 된 것이다.

    탈북자 인권단체가 촬영한 북한 함경북도 두만강 부근의 탈북자 수용소. / MBC TV
    최근 전거리 교화소에서 출소한 탈북자는 "탈북자 전용으로 바뀌면서 탈북자들이 무리로 죽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 미처 시체를 치우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도 했다.

    교화소 골짜기에 죽은 사람들을 매몰하는 구덩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체가 너무 많아 소각장을 만들어 시체를 태워 처리하는데 죽은 탈북자들의 뼈가 산처럼 쌓여 그 공간마저도 부족할 지경이라고 한다.

    2007년 이전까지 북한은 탈북자를 3등급으로 나눠 처벌해왔다. 1부류는 남한에 가려고 대사관에 진입했거나 그 유사한 행동을 한 자들, 기독교를 접한 자들이다. 이들은 체포되면 요덕 정치범 수용소로 수감돼 왔다. 요덕수용소 수감자는 대부분 종신형이거나 10년 이하의 형을 받은 자들로 처형 수준의 소위 '반역자'들만 수감시키고 있다.

    2부류는 남한행을 기도했거나 기독교를 접하지 않았지만 북한에 돌아갈 의사가 없이 중국에 장기체류한 자들이다. 3부류는 식량난으로 인한 단순 탈북으로 분류된 사람들이다. 2부류와 3부류는 6개월의 노동단련형이나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으로 처벌됐다.

    하지만 이제는 국경을 넘은 자들은 남한행이나 기독교를 접하지 않았어도 '민족반역죄'로 다스리라는 지시에 따라 무조건 3년 이하의 교화형을 받아 전거리 교화소에서 강제노역에 처하고 있다.

    강은 건너지 않아도 압록강이나 두만강 가에 이유없이 접근하다 단속에 걸려든 자까지도 탈출기도자로 몰아 교화소에 수감시키는 통에 북·중(北·中) 국경 북측의 강변에는 군인들 외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그밖에 중국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외부와 연계하는 자들도 탈북자 수준의 처벌을 받고 전거리로 끌려가고 있다. 예전에는 벌금 50만원(일반근로자 한 달 월급 3000원 수준)에 3개월 노동단련형을 받았다.

    중국은 2003년부터 북·중 국경에서 통화량이 증가하자 휴대전화 중계소를 많이 만들었다. 그 결과 국경 근처 일부 산속에서만 가능하던 외부 통화가 이제는 신의주 같은 국경 부근의 웬만한 시내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북한은 중국 휴대전화가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탈북을 조장시킨다는 이유로 탄압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경 지역 보위부 모든 요원에게 휴대용 전파탐지기를 지급해 24시간 감시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만일 휴대전화를 보유한 사람이 5분 이상 통화할 경우 바로 보위부 감시차가 들이닥치기 때문에 보위부가 접근할 수 없는 산에 올라가야 마음놓고 휴대전화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전거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탈북자는 "차라리 요덕이 나을 정도로 전거리는 사람 잡는 곳"이라고 했다. 하루 14시간의 노역에 밥은 통감자 2개나 옥수수 한 줌뿐이어서 영양실조로 죽을 판인데다 구타까지 횡행해 아무리 건강해도 석 달을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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