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기도 마치고 세상 속으로

조선일보
  • 김한수 기자
    입력 2009.08.28 03:36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신도 성원에 하루도 빠질 수 없었다"

    "대중들의 힘이 공부를 시켜준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1000일 기도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봉은사 구성원 모두가 함께 뜻을 모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지난 2006년 12월 5일 시작한 1000일 기도를 오는 30일 마친다. 등록신도만 20만명에 이르는 도심 대형사찰의 주지가 2년 반이 넘게 바깥 출입을 끊고 하루 세 번씩 예불을 이끌며 1000배(拜)씩 절을 한 것이다. 지난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참석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사찰 문 밖을 나선 것이 유일한 예외였다.

    "봉은사를 도심 속 수행사찰로 만들겠다"며 시작했지만 처음엔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시선이 따가웠다. 명진 스님은 "솔직히 게을러 질 때도 있었다"고 했다. "감기 걸려 몸은 무거운데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면 정말 싫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쳐다보는 신도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새벽 예불에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중 노릇은 내 의지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대치를 보고도 하는 것이구나'라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오는 30일 1000일 기도를 마치는 명진 스님은“9월 초 선방에 들어가 두 달간 참선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주지 스님이 1000일 기도를 하는 동안 봉은사도 큰 변화를 겪었다. 사찰재정을 공개했고 불전함(佛錢函)도 신도와 함께 개봉했으며 종무회의도 스님과 신도 대표가 함께 참가했다. 일요일 법회에 참석하는 신도의 수도 200명 선에서 11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찰 예산은 86억원 수준에서 122억원대로 늘었다. 다양한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과 신도를 위한 명사(名士) 특강도 계속됐다. 그동안 종합적 계획 없이 건물을 세우던 것을 지양하고 마스터플랜도 세웠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신도라고 하면 다른 절이나 기도처 신도들이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오는 30일 회향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참석해 법문할 예정이다.

    명진 스님은 1000일 기도가 끝난 후 9월 3일 강원도 인제의 한 선방으로 들어가 2개월간 참선수행할 계획이다. 봉은사 주지를 맡기 전에는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1년에 한 번은 꼭 선방에서 안거 수행을 했던 그는 "자기수행이라는 전제가 없는 사판승(事判僧·주지 등 행정 소임을 맡는 스님)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내년에는 봉은사에 〈주지 스님과 함께하는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하는 참선수행) 수행〉 프로그램도 개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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